해방촌 오거리와 레트로하고 동남아스러운 신흥시장
남산 도서관에 갔더니 아뿔싸 남산 도서관이 수리 중으로 10월 말까지 휴관이라네. 이런...책좀 빌려보려 했는데... 그래서 근처의 용산 도서관으로....그곳에서 책을 골라서 한 시간 반 정도 보았다. 3시. 집으로 오려다가 오래간만에 해방촌 오거리로 갔다. 용산 도서관에서 걸어서 20 분 거리. 종종 들렀던 곳이다. 홍콩, 동남아 분위기가 난다.
늦은 오후가 되자 전등이 빛나기 시작.
타로 점을 보는 젊은 친구들도 있고...
군데군데 앉아서 술이나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있고...금요일 오후 4시 무렵인데 벌써 사람들이 모였다.
트렌디하고 이국적인 식당, 카페도 있지만 옛날스러운 고깃집도 있다,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노가리 집이 보였다......아...딱 한 잔만 할까?
가격도 착한편이다.. 노라리 두마리에 삼천원. 생맥주 500에 5천원.
안이 좁은 곳이라 밖의 의자에 앉았다.
지금은 비었지만 저녁 나절, 특히 불금,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한다. 식당들도 그리 큰 편이 아니라 작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열기, 불빛, 레트로한 분위기...이런 것이 신흥시장의 매력이다. 예전에 아내와 왔을 때, 어느 식당 2층에서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꽤 맛있었다.
오, 그런데 이게 뭐냐? 방송 촬영을 하고 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요즘엔 방송이 많으니까. 그런데 피디, 방송작가는 물론, 스태프 들이 몇명이나 된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재미 있다. ㅎㅎㅎ...술기운도 있겠지만 젊고 발랄한 여인, 젊은 pd, 스태프 들이 왜 이렇게 밝게 보이는지... 자신들의 일에 열중한 모습이 보기가 좋다.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흥청거리는 삶의 욕망, 의욕이 넘치는 기분....그, 래, 서...맥주를 한 잔 더 시켰다.
사실, 이런 거 아내가 알면 싫어한다. 술 마시면 건강에도 안 좋고, 몸에서 냄새도 나고......몰래 마시면 되지만... 그만 취기가 오르자, 술잔 사진을 찍어서, 나 술 마시고 있다고...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수하여 광명찾자...동성애자들이 왜 커밍 아웃 하는 지 알겠다. 커밍 아웃의 쾌감이 있다.
안주는 노가리 두마리, 즉 3천원이면 충분했다. 돈을 치르려고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장이 빈 가게 안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4시 반인데...점심은 아닐 것이고...저녁도 아닐 것이고...간식인가?
혼자서 뭘 먹는 사람의 뒷모습은 안스럽다.
나오다 본 풍경. 거의다 젊은이들이다. 보기 좋다. 그냥...보는 것만 해도 좋다.
그들 속에 섞여서, 약간 변두리진 곳에서 노가리에 생맥주를 마신 나는 마치 싱싱한 피를 마신 드라큘라처럼 비틀거리며 나왔다.
해방촌 오거리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녹사평역으로 오는데 웬 서양 사내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사내가 목소리는 저음의 남자인데, 몸매가 여성스럽고, 립스틱을 바르고, 눈화장도 하고, 여자처럼 보인다. 가슴이 밋밋한 것을 보니 수술까지 한 것 같지는 않고...
해방촌길을 달리는 동안 밖을 보니 햄버거집, 카페 등에 사람들이 보인다. 불금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옹기종기 모여서... 나는 조직이나 집단을 싫어하지만, 가끔은 이런 옹기종기 모이는 열기를 사랑한다.
지하철에서 깜빡 잠이 들어서 정거장을 지나칠 뻔 했다.
(신흥시장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지하철 녹사평 역 근처 정류장에서 회차하는 마을 버스를 타고, 약 10분 정도 달려서 '해방촌 오거리'에서 내리먄 바로 코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