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나서, 인간은 유전자, 밈의 포로인가?
#1. 한 때 엄청나게 유행했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나의 문화적 공백기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1998년도에 초판이 번역 출간되었고 지금까지 엄청나게 팔렸는데 이제 와서 읽는다. 그후 출간된 '만들어진 신'도 엄청나게 팔렸다는데... 나도 그 소식은 들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1990년대, 2000년대는 내가 여행하고, 여행기, 에세이 쓰던 시절이라 이 방면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1990년대, 2000년대 약 20년간이 한국에 대한 문화적 공백기이기도 하다. 알기는 알아도 세부적으로 한국 사정에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2. 요즘 유행하는 '밈'이라는 단어
그런데 그 시절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밈'이란 단어도 그가 만든 말이다. ‘모방’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어근으로부터 '미멤'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유전자 진(gene)이라는 단어와 유사한 단믐절 단어를 만들기 위해 그는 밈(meme)이란 단어를 만들어 썼다. 즉 밈은 문화적 토대 속에서 '모방'을 통해 전파되는 '사회적 단위'를 말한다. 밈의 예에는 음악의 곡조, 예술의 유행, 의복의 유행, 사상, 표어...등등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에 밈의 뜻은 점점 변화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런 식으로 설명되고 있다. 사람이나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전달되며 모방되는 생각, 신념, 문화 요소를 말하며,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유행하며 빠르게 번지는 유머, 이미지, 영상, 문구등을 밈이라 부르며, 특히 MZ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트렌드 파악과 공감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요소들을 밈'이라고 부른다. 이것의 특징은 엄청나게 퍼지면서도 수명이 짧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쇼츠도 '밈'이다. 누군가 정치적, 사회적, 상업적 메시지를 전파하거나 혹은 재미, 유머, 혹은 상업적 목적으로 짧은 쇼츠를 만들어 퍼트리면 급속하게 번져 나가되 금방 사라진다. 도킨스가 자신이 만든 말이 이렇게 널리 퍼질 것을 예상했을까? 사실,밈은 옛날 말로 '빠른 유행'이라 해도 어느 정도 통할 것 같은데, 학자들은 신조어 만들기를 좋아한다.
#3. 유전자 즉 DNA를 강조하는 도킨스에 대한 의문
이책은 매우 두텁다. 630페이지다. 앞부분은 '원시 수프(초기 지구의 상태)에서 어떻게 유전자, 즉 DNA 가 나타나서 생명이 나타나는가에 대한 길고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진화생물학자이기에 그의 학술적 의견이 전개된다. 이런 것을 내가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세계적인 학자이니 받아들이며 보았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저 '나의 이야기'다. 누군가가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또 생물학적으로 문회한인 내가 이런 식으로 의문을 갖는 것이 온당한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원래 '임금님이 벌거벗었으면' 벌거 벗었다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은 표현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나중에 다른 의견이 있다거나, 이미 그의 해명이 있다면, 다시 나의 시각을 교정하면 된다.
#4. 오락가락하는 도킨스의 시점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생물이 변화를 한다는데...예를 들면 어떤 나비는 새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색깔을 알록달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 새들이 먹고 '맛이 상당히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다음부터는 그 나비는 피하게 된다는 것. 결국, 자신의 생명 복제, 진화를 위해서 그렇게 유전자가 변한다는 것인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원래 좀 따지면서 읽는다. )
도킨스의 이런 입장은 두가지의 시각을 상상하게 한다. 하나는 우선 나비라는 개체의 입장. 어찌 되었든 나비라는 개체의 입장에서, 새를 인식하고, 안 잡혀 먹기 위해서 그렇게 자신의 유전자를 변하게 했다...(나비 입장에서 보면 그런 표현), 혹은 유전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가 변했다. (도킨스의 입장은 언제나 유전자가 먼저다. 그러니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즉 두가지 시선인데, 도킨스는 이 부분까지는 계속 유전자 입장을 강조한다. 개체의 생명은 그저 유전자의 숙주고, 운반체이며 주인은 '유전자'라는 식으로 강조한다. 그 유전자는 영원불멸하는 단위라는 것.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면 인간이라는 생명도 결국 원시시대부터 만들어진 유전자가 자신을 널리 복제하기 위한 수단, 즉 운반체가 된다. 개체를 인정하지 않기에....유전자의 입장에서...그가 주인이다.
그런데 유전자가, 그 작은 DNA가, 세포 속에 있는 그 유전자가 나비를 인식하고, 새를 인식하여...안 잡아 먹히기 위해 스스로 변한다? 나는 이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지구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인간이, 지구, 태양, 은하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인데...상상이 안된다. 인간은 그저 눈앞에 벌어지는 사건을 보면서 자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뿐이다. 마찬가지로 유전자가 자신의 입장에서는 저 은하계와도 같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새와 나비의 세계를 인식하여 스스로 변한다?...이것은 유전자의 시각에서 보면 상상이 안된다.
즉 이런 시각은 도킨스같은 생물학자가 전체를 파악하며, 인과관계를 맞추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같은 것 아닐까? 나비의 시각조차 넘어선 더 차원 높은 관점에서......결국 유전자, 나비의 입장에서 보면 도킨스같은 생물학자는 '신'과 같은 시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킨스는 혹은 많은 생물학자들은 이런 극 미시 세계를 다루며, 유전자의 입장을 이야기 하면서....이런 부분에서는 초월적 시선인 '자신의 시각'으로 전체를 설명한다. 즉 시각, 관점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
#5. 도킨스의 태도 변화 개체로서의 시각과 '밈'의 등장
그래서일까? 중간에 그는 태도 변화를 취한다. 이제 유전자의 세계를 넘어서 '개체'의 관점으로 온다. 즉 동식물, 인간의 관점으로 와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서 인간에게 매우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 있는데 그것이 앞에서 설명한 '밈'이라는 것이다. 즉,인간은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집단, 사회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밈을 통해서 영향을 받고, 진화된다고 한다. 밈은 이제 서로 경쟁을 하면서 살아남는 것이 진화된다. 즉 수많은 종교적 믿음, 정치적 사상, 유행, 관습 등등은 그저 밈인데....이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남는 것이 있고 죽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도킨스는 생물학자가 아니라 문화 인류학자, 사회학자의 관점으로 넘어온다. 그리고 나중에는 제목과 처음의 논리 전개에서 벗어난다. 즉 유전자는 이기적이고 자신의 복제를 끝없이 행하는 맹목적인 단위라는 관점에서 벗어난다. 그는 자신의 제목에 풍기는 분위기가 마치 '유전자 근원주의'자처럼 보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즉 모든 것은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고, 유전자의 끝없는 복제만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며,인간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식의 관점을 자신은 갖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동시에 성직자들처럼 신의 목적에 의해서 인간이 변해간다는 의견도 반대한다. 그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유전자의 끝없는 복제 욕구, 생존의지와 이제 문화인류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개체로서의 인간의 진화를 설명한다. 즉, 인간은 유전자와 밈의 경쟁, 진화 속에서 변화해 나간다는 것. 그러면서 이타적인 요소도 이야기 한다. 도킨스는 여기서 이기적 유전자 논조와 달리, 정치 사회학적 이론인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들어가면서, 이기적인 사람보다는 오히려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도 이야기 한다. 인간사회는 군집 사회이기에 무조건 센 놈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6. 인간은 유전자와 밈을 통하여 진화한다. 도킨스의 타협
그는 이렇게 말을 맺는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
그가 말하는 창조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신이 아니라, 비유적으로 유전자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는 인간이라는 개체가 그런 창조자, 즉 유전자라는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끝에 가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자기 복제자는 더 이상 바닷 속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지 않다. 이들은 거대한 군체, 즉 개체의 몸속에 포장되어 있다. .. 그러나 이 지구에서 우리에게 이다지도 낯익은 개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 뿐이다."
이런 관점을 보면 또 유전자라는 '자기 복제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도킨스는 유전자에서 시작해서, 유전자의 중요성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중간에 문화인류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인간이라는 '개체'를 다루고, 그것의 진화과정에서 '밈'의 중요성을 다룬다. 그런데 이런 '밈'의 현상은 생물학자자보다는 사회학자, 정치학자,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에서 들어가면 더 넓고, 깊고, 풍부한 논의가 있다. 다만 도킨스는 생물학자로서 '유전자'의 입장에서 강조하다가, 아마도 대중을 상대하다보니...이제 그들의 시각도 끌고 들어와 논의를 전개한다. 그의 책이 성공한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에 있는 것 같다. 단지 생물학자의 길고긴 DNA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세계'를 건드리면서, 그 깊은 곳에는 유전자의 세계가 있다는 식으로 관점, 시각의 변화를 유도했기에 그 시절에는 매우 참신했던 것 같다. 즉 너무 거시적 세계에 몰두하다가, 아주 미세한 미시세례로 사람들을 초대했기에...마치, 양자 물리학처럼.
#7. 도킨스에 일부러 태클을 걸려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문외한인 내가 감히 그의 이론에 태클을 걸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다만 의문이 끝없이 생긴다. 이미 '셸드레이크' 같은 생물학자는 그와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그 이야기는 이미 이전의 '포스팅'에 썼다.)
셸드레이크의 관점과 나의 관점을 섞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도킨스는 '자신의 밈은 머릿속에 실재하는 것'이지 셸드레이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에 있는 '형태형성장'이니 '형태 공명'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셸드레이크의 책 '과학의 망상'에서 나오듯이 그럼 이런 것에 관해 함꼐 여러 실험을 함께 해보자는 셸드레이크의 제안을 거절한다.
또한 도킨스는 종교를 부정한다. '만들어진 신'에서 말하듯이 신은 유전자의 복합체인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 밈인 것이다. ('만들어진 신'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곧 읽을 것이다. 다만 세상에 널리 퍼진 그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렇다. )
그런데 그가 말하는 종교는 제도권 종교, 부정적인 종교의 모습만을 본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의 종교적인 현상, 그런 것에 대한 체험이 없다. 반면에 셸드레이크는 기독교 성공회 신자로서 명상과 기도를 하는 사람이다. 서로의 체험과 세계관이 다르다.
나는 유전자의 진화에 대한 도킨스의 의견은 경청하지만, 아무 방향없이 무조건, 자연선택으로 우연하게, 진화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뭐..50대 중반까지는 .... 그러다 생각과 신념과 믿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은 좀더 내가 더 경험하고, 공부한 후...세월이 지난 후에 풀어 놓겠지만...지금은 결론적으로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8. 인간과 신에 대한 나의 생각
나는 모든 생명체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인간이라고 본다. 분명히 인간은 동식물과 연계되어 있고, 유전자의 지배도 받지만...그의 의식세계는 차원이 다르다. 개체, 개인으로서 진화한 인간은 진화에 있어서 아름다운 꽃으로보인다. 특히 부처, 예수, 소크라테스, 공자 등이 보여준 그런 세계는 보석과 같고 꽃과 같은 것으로 본다. 도킨스는 이런 인간의 의식 세계에서 발생하는 진화, 즉 양심, 윤리, 도덕, 예의, 사랑, 자비....이런 것들을 단지 '밈', 환상으로 보며, 다른 밈들과 경쟁하다가 소멸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았지만, 나는 그런 것은 단순한 밈이 아니라, 즉 유튜브 쇼츠에서 보는 그런 밈이 아니라...'밈'을 넘어선 실재로 다가가는 길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종교가 제도화되는 가운데, 그 어떤 종교, 사람들도 타락했지만...그들이 보여준 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본다면 이제 세상이 다시 보인다. 불멸의 유전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진화한 인간들의 의식...그 꽃과 같은 마음이 주인이 된다. 이제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개인, 개체 속에 진화한, 밈을 넘어선 꽃과 같은 의식을 통해서 우주를 보게 된다.
결국, 많은 종교에서 말하듯이 개인의 의식을 통해서 우주를 보게된다. 의식, 곧 마음이 우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어떤 종교를 믿든, 아무 생각없이, 의식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더 높은 존재를 경외하고, 순종하면서 그 의식이 합치될 때만.....)
이럴려고 인간이 진화한 것이 아닐까? (이제 이것은 믿음의 차원으로 전이되는데, 그런 깊은 이야기는 세월이 지난 다음에 할 생각이다. 소설을 통해서...)
도킨스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셸드레이크의 '형태 형성장' 같은 것을 부정하고, 사이비 과학 취급한다. 그런데 참존재의 세계, 형태 형성장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할 수 있을까? 증명하기도 힘들겠지만...그런데 실제로 그런 현상들이 종종 보인다는 것.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이때 참존재의 세계, 신의 세계...혹은 과학적으로 '형태형성장'이라는 개념이 보이기 시작한다.
#9. 우리 시대를 휩쓰는 태도
사람들은 어떤 학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 이야기를 넓고, 깊게 이야기 하면 그만 주눅이 든다.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고 읽고...사람들의 서평을 보면서 그냥 받아들인다. 뭔지도 잘 모르면서...그러나 의문은 가져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는 '매의 눈'을 갖고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다른 책들도 보아야 한다.
아마도 도킨스의 책을 읽고, 알게 모르게...인간이란 별 것 아니다. 결국 유전자 복합체며,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는 식의 '유물론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이 세상에 금기는 없다. 그냥 유전자의 욕망일 뿐...그 모든 제도, 사상, 믿음, 관습이...다 경쟁하는 '밈'이며, 이 시대에 과거의 전통은 그저 '보수꼴통'들의 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다 해체해라...내 꼴리는 대로 살아도 돼...다 밈이니까...우리들의 밈, 우리들의 정치, 사상적 신조, 우리의 이익, 우리의 취향...이것을 전체에 깔면 그것이 진리가 되는 것이야... 이런 식으로 의식이 전락된다. 인생에는 목적이 없어, 신도 없어...인간들의 세상, 아니 유전자의 세상이야...우리는 유전자의 욕망대로 살아가는 거지...그래, 윤리야 있을 수 있지. 그런데 그것도 다 자기 살려고 발달한 거야. 세상이 변하면 또 변하는 것...결국 밈이지, 밈이라고...그러니, 이제 이 해체주의가 휩쓰는 현대에, 윤리는 껍데기야...그냥, 나의 욕망, 우리의 욕망, 우리의 신조를...양심도, 윤리성이 약해도 주장하고, 또 주장하고, 거짓말하면...인간들은 다 속게 마련이고,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 결국 생존 투쟁이다!
도킨스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적인 시대 상황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도킨스의 이야기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확신에 일조를 한 것 아닐까? 이미 그 전에 ..푸코, 들뢰즈, 라캉 등이, 철학적, 사회학적으로 그런 식의 논의를 전개했지만...즉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이란 개체는 알고보면 '기계'이며, 이제 다른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그동안 우리를 덮어 씌우고 억압했던 종교, 사회사상...이런 것 다 걷어치워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이 현재 우리를 휩쓸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 같은데서는 PC가 휩쓸고 있다가 반격이 시작되고 있고...
(내가 이런 조류에 반대했다는 것이 아니다. 나도 이런 조류에 휩쓸렸다가 몇년 전부터 다른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10. 태도가 중요하다.
나는 지금 확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다만, 태도를 가다듬을 수는 있다.
나는, 우리가 이런 지식을 공부하면서도, 여전히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존재에 대한 경외하는 마음이 있고, 그 빛을 본 선각자들이 말하는 빛, 사랑, 자비에 대한 이야기를 믿는다. 더 높은 의식으로 올라가는 것, 그것이 인간들에게 남겨진 바른 길이라고 본다.,
불멸의 유전자만 외치면 결국 인간은 거기서 멈춘다. 그의 태도가 그의 존재를 추락시킨다.
인간의 종교, 정치를 단지 밈으로 본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돈, 권력, 거짓말, 온갖 술수...선동, 협잡질을 통해서 권력을 잡고, 나쁜 가치관, 더러운 세상으로 이 세상이 오염된다. 더 살기 힘든 곳으로 되며, 불의를 정의로, 악을 선으로 만드는 일에 방관하면서 동시에 참여하게 된다.
유전자가 주인이고, 살아남는 주인공이 되니, 결국 밈을 지배해서, 자신들의 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리고자 하는 욕망에 불타게 된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진리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태도고, 양심과 윤리다. 당신들의 자손이 권력, 돈에 휩쓸리고, 살벌한 사회, 짐승같은 놈들, 협잡꾼들이 설쳐대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그래도 양심과 윤리가 있고, 선한 마음을 갖고, 더 높은 차원의 존재, 좋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좋은가?
인류가 진화하며 형성시킨 좋은 철학, 가치관, 종교심을 단지 '밈'으로 폄하하기에는 너무도 아쉽다. 그것은 인류가 수만년 동안 살아오며 형성한 좋은 '보수적 가치'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겠지만 모든 것을 밈으로 폄하하고, 해체하고, 버릴 때...그 앞날이 뻔하다. 현재 전세계도 그렇지만, 특히 한국 사회의 꼴을 보라.
그러니 좋은 가치, 믿음은 배양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나쁜 밈으로 오염시키는 무리들과 싸우고, 그들의 세상을 거부해야하겠다는 선택, 결심, 믿음이 필요해진다. 그 믿음이 자신을 바로 세우고, 세상을 바로 세우며, 결국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세월 속에서 승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을 신의 뜻이라 믿든, 혹은 인간 사회의 법칙이라 믿든, 더 좋은 사회로 가기 위한 집단 지성이라 믿든(비록 그것에 관해 뒤늦게 눈이 떠지더라도....) 인간은 고난 속에서 고통과 상처를 입어도, 그 길이 옳고, 그길에서 희망을 얻으면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거 나는 입증할 엄두도 못낸다.
다만 자신의 체험 속에서 느끼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