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조명과 소란스러운 소음이 합쳐진 공간에 자리했다. 그 공간이 너와 나의 거리였고, 그 거리가 너와 나의 만남이었다. 맞지 않는 온도에 머뭇거리겠지만 기꺼이 스며들겠다고 바라보았으니, 그렇게 눈 맞췄으니. 반가움보다는 어색함이 더 짙었다 한들, 우리의 대화는 결코 얕지 않았다.
낯선 공간에 익숙한 공기가 서려있었다. 그 낯선 삶이 익숙해질 수 있을까 물어보았고, 그 익숙함을 언제나 처음인 듯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그 물음의 답과 그 고민의 끝이 침묵이라고 하여도. 침묵은 결코 우리가 나눈 시간들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바랬다고 한들, 잃어버릴 수 없는 공간에 잠겨있었다.
절대 놓지 않겠다던 마음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절대 뱉지 않겠다던 말들도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살짝 건드리면 그대로 쏟아져 흐를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을 그대로 간직했고, 어떤 말 하나를 돌려주지 않았다. 남은 아쉬움마저 보낼 수 없다며 추운 마음을 끌어안고 스치는 바람에 파고들었다.
그러다 차차 알게 되었다. 얕지 않았으나 바라보는 곳이 달랐기에 만날 수 없었다는걸. 잃지 않았으나 품은 곳이 달랐기에 멈춰질 수 있었다는걸.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아쉬움은 우리가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