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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경험한 것

나 홀로 뚜벅이 LA 여행 (8) 그 외 이야기

by 제이드


지난 7개의 포스팅을 통해(이렇게 많고 길어질 줄 몰랐다..) LA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은 세부적으로 다 적은 것 같지만, 그 외 소소하게 쓸 만한 이야기들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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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버와 함께라면 LA 뚜벅이 여행 할 수 있다


: LA는 아무리 봐도 자가용이 곧 대중교통인 곳 같다. 지하철 입구를 여행하면서 본 적이 없고, 버스는 늦게까지도 다니긴 하던데 매년 LA에 여행을 간다는 지인 말에 따르면 시간표가 장식용인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버는 정말 많이 다닌다! 팁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되고(팁을 주시겠어요? 하는 메시지가 내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뒤에야 온다) 내 경험상 어디에서나 10분 이내로 우버가 잡혔다. 운전하는 차량 번호판과 이름, 사진까지 모두 우버에 등록되어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험한 일이 일어날 상황도 낮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참고로 우버 프로필 이름은 영어로 해주자. 승객을 확인할 때 이름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내비게이션이 아예 '누구누구를 어느 쪽에 내려주세요'라고 말을 해주기도 하니 운전하는 분을 위해 여러모로 영어 이름을 쓰는 게 편할 것 같다.


승객에게 스몰톡은 대체로 걸지 않는 편이다. 우버를 이용하면서 기사와 대화한 게 2번이었는데 대화의 물꼬가 트일 만한 계기가 있었다. (한 번은 테슬라의 숨겨진 문 손잡이를 찾지 못함, 다른 한 번은 기사님이 먼저 시스템에서 빨리 배정해 주는지 물어봄)


+ 우버를 이용하면서 테슬라, 벤츠, 쉐보레, 혼다, 도요타를 타봤는데 테슬라 승차감이 제일 좋았다.






2. 치안에 관한 감상


: 우선 LA가 속해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총기를 휴대(공공장소에서 가지고 다니는 것)하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장전된 무기를 휴대하고 다니려면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한다. 시티 투어 가이드님 왈: 총기에 대해서 제일 엄격한 곳이 캘리포니아라고. 그래서 '미국'하면 떠오르는 가장 위협적인 사고에 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뉴욕에서 사시는 분이 골목에서 총소리가 나서 부리나케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는 말을 하셨던 적이 있다(...)


노숙자, 부랑자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긴 하다. 내가 베버리힐즈 지역에 묵었음에도 불구하고 Walgreens 앞에 행색이 초라한 사람이 앉아 있는 걸 봤고, 글로시에 앞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대낮인데도 냅다 땅바닥에 드러눕는 사람도 봤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냥 조용히 피해 가면 된다.


하지만 조슈아 트리 방문 후 귀가할 당시, 늦은 밤의 한인타운 구역에서는 확실히 주의해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 보였으며 거리 어딘가에서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어떤 분을 숙소 근처에 내려주는데 바로 그 앞에 쇼핑 카트를 붙잡고 있는 부랑자가 있기도 했다. 여성 혼자라면 조금 무서울지 모른다. 창밖을 열심히 내다봤을 때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도보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다 남성들이긴 했다.


그 외에 시티 투어 가이드님이 이야기해 주신 건데, LA에서 소매치기를 걱정할 필요는 별로 없다고 한다. 소매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밀착해야 하는 밀도가 발생하는 일도 적고, 사람들이 남과 접촉하면서 다니기보다는 sorry, 하면서 비켜달라고 하는 문화라서 그렇단다. 그러나 치안이 좋지 않은(ex. 다운타운) 곳에서 차량에 값비싼 물건이나 명품 가방을 드러내 놓고 놔둔다면 운이 없는 경우 유리를 깨고 훔쳐간다고.


+ 다른 얘기지만 땅이 그만큼 넓고 인구 밀도가 상대적으로 적어서인지, 그냥 길가에 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많이 없긴 하다. 걸어 다니는 사람의 80%는 개와 산책 중이었다. 그래도 관광지나 쇼핑몰에는 인파가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참고로 나는 베버리힐즈 사인이 있는 공원까지, 거기에서 또 로데오 거리까지 걸어봤고 글로시에 매장에서 파머스 마켓까지 거의 50분을 걸어봤는데 그런 곳들은 걸어 다녀도 괜찮은 분위기였다.






3. 아이스티를 시킬 때는 달달하게


: 카페인에 매우 민감한 나는 일정 시간이 넘어가면 커피를 입에 대지 않고, 그렇기에 종종 아이스티를 시키는 편이다. 한 번은 땡볕 아래에서 계속 걷다가 너무 힘들어서 가는 길에 발견한 Verve Coffee Roasters에 들어가 아이스티를 시켰다. 그런데 직원이 Sweetened하게 하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아니.. 원래 아이스티는 달지 않나? 췌장이 남다른 서양인들은 거기서 더 달게 마시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No라고 답했다. 이후 나에게는 거의 맹물 같은(...) 냉침차가 돌아왔다.


알고 보니 미국 남부 쪽을 제외하면 Sweet를 넣어달라고 해야 내가 생각하는 그 차갑고 달달한 아이스티가 나온단다. 이걸 기억했다가 출국할 때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블랙 티를 시켰고 달게 해달라고 말했더니 성공했다, 헤헤.


4. 전무한 공중 화장실, 그런데 일부 시설에서는 매우 세심한 화장실


: 서양 국가들은 거의 그런 것 같은데, 제대로 된 공중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다. LA의 경우 조만간 올림픽이 열릴 텐데 공중 화장실이 없어서 시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도 본 적 있다. 그러니 미술관, 쇼핑몰, 음식점, 카페 등을 방문하면 일단 화장실에 들르는 것을 권한다. 그리피스 천문대에 간다면 주차장 근처에도 화장실이 있으니 참고할 것.


한편 게티 센터와 워너 브라더스 투어를 방문했을 때 여성 화장실에 위생 용품이 무료로 제공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게티 센터는 아예 자판기가 따로 있었고, 워너의 경우는 바구니에 한가득 탐폰과 패드형 생리대를 놓아두고 있었다. 성 중립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된 곳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는 뜬금없이 선진화되어 있네,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제 양변기 커버를 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래저래 걱정거리를 안고 갔던 LA지만 별 일 없이 잘 놀다 온 것 같다. 우버는 빠르고 편리했으며, 다양한 악센트의 영어가 존재했으나 종종 문장을 제대로 듣지 못해 Sorry? 라고 하면 늘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예상보다 여유롭고 괜찮은 도시였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서 파라마운트 투어에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


그럼 다음에 또 알찬 해외 여행기를 적을 일이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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