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번역한 것

생각은 사치품이다

Thinking is a luxury good

by 제이드

* 뉴욕 타임스의 메리 해링턴 사설이 원문이지만 구독을 하지 않으니 읽을 수가 없어(...) 다른 곳에 게재된 내용을 가져옴. 뉴욕 타임스에 올라온 사설과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음.

* 참고한 원문은 여기






gang-hao-Faa5rV5hGXI-unsplash.jpg


내가 어렸을 때인 1980년대에 부모님은 나를 영국에 있는 발도르프 학교에 보냈다. 그때 학교에서는 부모들에게 아이가 TV를 너무 많이 보지 않게 하고 대신 읽기와 직접 몸으로 배우는 일, 밖에 나가서 노는 걸 강조하라고 했다.


그때는 그런 거에 짜증이 났지만 그 가르침이 무언가를 알려준 건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TV를 잘 보지 않고 책을 많이 읽는다. 하지만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 이래로 훨씬 유혹적이고 파급력 있는 기술이 세상을 사로잡았다. 인터넷,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이다. 요새는 몇 분 이상 집중하려면 핸드폰을 서랍 속이나 다른 방에 놔두어야 한다.


약 100년 전 이른바 지능 검사라는 게 발명된 이래 최근까지 국제 IQ 점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이런 현상은 플린 효과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러한 뇌의 힘을 적용하는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문해력 점수가 정체되어 있다가 지난 10년간 주요 OECD 국가에서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집단에서는 급격한 감소가 나타났다. 아이들의 문해력도 떨어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글을 기고하는 John Burn-Murdoch은 이런 현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 대부분을 소비하며 활자를 피하고 이미지와 숏폼 비디오를 선호하는 포스트-문해 문화post-literate culture의 대두와 연결 지었다. 청소년기 ADHD 증후군과 스마트폰 사용을 연관 짓는 연구도 있으며 연구에 참여한 미국 성인 중 1/4는 ADHD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책을 다 읽지 못하는 이유 등으로 책 전체를 과제로 내주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인 절반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대부분 기술이 우리의 집중력뿐 아니라 읽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대체하고 있다는 발상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어떻게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이야기할 준비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정크 푸드를 소비하는 패턴과 이 일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초가공식품이 갈수록 접하기 쉬워지고 있고 그 중독성 또한 창의적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선진 사회에서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자원이 있는 사람들과 비만을 일으키는 식문화에 취약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런 양분화bifurcation 현상은 계급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서방 선진국의 반대편에서도 비만은 가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나는 이런 모습이 포스트-문해의 흐름이 될까 두렵다.


긴 글을 이해하는 능력Long-form literacy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공들여서 배우기도 하는 것이다. 이 분야를 연구한 메리앤 울프Maryanne Wolf가 긴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얻고 완성하는 것, 즉 ‘읽기 전문가’가 되는 건 말 그대로 정신세계를 바꾼다고mind-altering 표현했듯이, 그러한 능력은 우리의 뇌를 재설계rewire하고 어휘력을 늘리며 뇌 활동을 분석적인 좌반구로 향하도록 바꾸며 집중, 선형 추론 및 숙고하는 힘을 길러준다. 이런 특성은 언론의 자유, 현대 과학, 자유민주주의의 출현에 크게 기여했다.


디지털 읽기로 형성된 사고의 습관은 이와는 매우 다르다. 생산성 전문가인 칼 뉴포트Cal Newport는 2016년에 나온 그의 저서 <Deep Work>에서 다양한 시스템이 알림과 다른 요청 사항으로 우리의 관심을 얻으려고 경쟁하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은 주의 산만함에 최적화되어 있다고optimized for distraction 말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중독성 있게 디자인되었고, 자료가 너무 많기 때문에 뉘앙스 파악이나 심도 있는 추론보다 강박성을 최대한 이끌어내고자 하는 담론을 강렬하게 맛보는 부분적인 인지가 장려된다. 이렇게 나타난 콘텐츠 소비 패턴은 신경학적으로 내용 훑어보기, 패턴 인식, 이 텍스트에서 저 텍스트를 넘나들며 주의가 산만해지는 양태를 낳는다. 적어도 우리가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읽는다면 말이다.


빌 게이츠나 에반 스피겔 같은 테크 업계 유명인들은 자녀들의 스크린 시간을 제한한다며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보모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거나, 전자기기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되거나 아예 금지되는 발도르프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 분명하게 계급이 나뉜다. 최고급 학교 대부분은 개인이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전자기기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자녀를 Waldorf School of the Peninsula에 보내려면 초등반에만 1년에 34,000달러가 든다.


실리콘 밸리를 벗어난 곳에서도 몇몇은 도파민을 단식한다는 자기 계발의 일환으로 일정 시간 소셜 미디어나 비디오 게임 등 디지털 자극을 제한하고 있다.


인지 능력 건강을 위한 금욕적인 접근법ascetic approach to cognitive fitness은 아직 틈새시장이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없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가 어른이 되면 그런 문화는 더욱 극명하게 계층화되어 있을 수 있다. 한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집중력과 긴 글에 관한 논리력을 유지하고 발전하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더 많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포스트-문해화될 것이다. 인지적 명확함을 암시하는 모든 대가와 함께.


오해할까 봐 밝히건대, 유권자들을 도외시할 기회, 혹은 사람이 풍기는 인상이나 정책 사이의 간극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보수나 진보 중 필연적으로 한쪽 편을 든다는 증거는 없다. 이 포스트-문해 세상은 정책을 논하는 엘리트들의 언어와 밈이 넘실대는 질 낮은 포퓰리즘 언어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는 선동가를 좋아한다. 소셜 미디어 게임에 능숙한 소수의 기득권층, 통합보다는 자기 확신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좋아한다. 그런 세상은 돈이 없고 정치권력도 없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며 누구도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챗GPT가 뇌에 미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