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금정 호캉스 후기
4월에 LA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휴가를 내고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세 달 정도는 괜찮은데, 이게 네 달, 다섯 달을 가니 일이 많지 않아도 심신이 지치는 게 느껴져서 무작정 호캉스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가고 싶은 날짜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어째 다 예약 마감에 비용은 왜 이렇게 비싼 거야?! 그래서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호텔을 잡게 되었다. 나는 가본 적 없는 군포시에 자리 잡은 곳이었지만 메리어트라는 브랜드를 믿기로 했다. 그렇게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금정’에서 호캉스를 보낸 후기를 간략히 적는다.
체크인 시간이 3시니 목요일 오후 반차와 금요일 하루 휴가를 냈는데, 하필 급하게 일이 올 건 뭐람! 그동안 내내 한가했는데! 덕분에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마감 사수에 매진한 결과 퇴근하기 5분 전에 회신을 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홀가분하게 호텔로 출발! 회사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의왕 쪽에서 내린 다음 시내버스로 환승하였다.
군포시는 내가 사는 도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시장이 있고, 서민적인 분위기의 길거리와 오래된 빌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낯설지만 조금 익숙한 주변을 눈에 담으며 호텔에 도착했다.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금정 호텔은 1호선과 4호선이 닿는 금정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호텔에서 15분쯤 걸으면 재래시장이 나오는데 그 사이에 유흥가가 있어 조금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꼈지만 이번에는 정말 호텔에만 있을 생각으로 온 것이었기에 넘어갔다.
호텔의 입구는 1층이지만 체크인하는 카운터는 22층에 위치해 있고 바로 위가 루프탑이다. 오고 갈 때마다 인사를 하시는 1층 직원분을 거쳐서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22층이라 시야는 확실히 트여 있지만 보이는 광경이 평범하긴 하다. 대신 비가 며칠 계속 오더니 공기가 확 시원해지면서 하늘에 가을 느낌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묵을 방은 킹 베드와 욕조가 있는 디럭스 룸이다. 새로 이사한 집에는 욕조가 없어서 굳이 욕조가 있는 방을 골랐다. 또 기차역이 가까워서 소음이 꽤 있다는 리뷰를 보고 룸 요청사항에 조용한 방을 달라고 적었는데, 이걸 고려하셔서 직원분이 나름 고층으로 방을 배정해 주셨다. 12층이었고 엘리베이터에서 최대한 떨어진 방이었으니 그 직원분은 소임을 다하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민한 자는 밤에 불면의 불행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조금 뒤에.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금정의 체크인 라운지는 이런 모습이다. 소파에 어댑터를 꽂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게 눈에 띈다.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앉을 자리도 꽤 있고, 노트북과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메리어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사람은 웰컴 드링크로 같은 층에 있는 커피 머신과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기는 했는데 카페인에 워낙 취약한 사람이라 패스했다.
이제 방을 확인하러 가보자. 나에게 주어진 방은 1202호였다. 엘리베이터에 카드키를 대니 자동으로 12층이 눌려서 좀 신기했다.
호캉스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인 침대. 넓다!! 높이가 좀 있어서 맞은편에 있는 TV를 아주 편안하게 누워서 볼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 푹신하고 깨끗하고, 침대는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이 호텔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객실의 TV가 아주 크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TV보다도 큰 65인치! 케이블 채널이 깔려 있으며, 크롬캐스트를 통해 핸드폰과 연결할 수도 있다. 덕분에 크고 화질 좋은 TV로 유튜브를 보며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크롬캐스트 연결 방법은 침대 옆 협탁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여 확인 가능하다.
테이블과 의자도 꽤 큼직하다. 룸서비스로 오는 쟁반을 편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다.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 공간도 길게 마련되어 있고,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미니 냉장고 크기도 넉넉하여 음료수 3병과 얼음 바스켓은 거뜬히 들어간다. 옷장 옷걸이 아래에는 캐리어를 올려놓을 만한 또 다른 공간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방이 넓은 편이다(31m²).
이 호텔을 처음 경험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사소한 부분들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이 휴지통이다. 용량이 넉넉한 건 둘째치고 분리수거 표시가 되어 있다! 집에서도 뗄 수 있는 라벨지는 일단 떼고 병이든 뭐든 한 번씩 헹군 뒤에 버리는 나에게는 나름대로 감동 포인트였다.
두 번째는 객실 내부에 비치된 정수기.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금정에서는 손님에게 생수병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미온수가 나오는 정수기를 방마다 제공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이 너무 마음에 든다. 물이 시원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린다면, 역시 객실에 있는 바스켓을 들고 제빙기가 있는 5층에 방문하면 된다. 코인 세탁기 옆에 설치되어 있는데 굵직한 얼음이 아주 넉넉히 있다. 얼음을 넣은 바스켓을 미니 냉장고에 넣어두면 그렇게 빨리 녹지도 않는다(저녁에 넣었던 얼음이 다음날 아침까지 꽤 남아 있었다).
이제 욕실 소개로 넘어가도록 하자. 양변기와 샤워기 및 욕조, 세면대가 있는 공간이 전부 분리되어 있다. 무난하지만 널찍하다.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는 샤워실에 비치되어 있고 그 외 어메너티 상자에는 바디로션을 비롯하여 빗, 샤워캡 등 호텔에서 많이 제공하는 욕실 용품이 들어 있었다. 혼자서 쓰기에는 수건 양도 넉넉하며, 만약 수영장에 갔다 와서 수건이 부족할 경우 요청하면 가져다준다고 한다. 당연히 드라이기도 있다.
이제 샤워실이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욕조 옆에 수압 좋은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다. 샤워실 공간도 굉장히 넓어서 나 같은 사람 세 명은 있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두고 욕조 안에서 소심하게 물장구를 좀 쳤다. 한 사람이 몸을 담그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욕조였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샤워까지 마쳤으니 더더욱 방 밖으로 나가기는 싫어졌다. 그럴 줄 알고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탄산음료와 과자도 미리 사다 놓았고, 저녁으로 시킬 룸서비스 메뉴도 골라두었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의 상호명이 ‘세븐일레븐 금정메리어트호텔점’이라고 되어 있어서 난 호텔 내부에 있는 줄 알았더니, 짧은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야 했다.) 역시 침대 옆 협탁에 있는 QR 코드를 인식하면 메뉴를 확인할 수 있고, 무엇을 먹을지 정했다면 객실 내 전화기로 F&B 서비스에 전화를 걸면 된다.
내가 고른 메뉴는 더블 패티 버거. 프렌치프라이와 고구마튀김이 같이 곁들여진 구성이다. 음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추가로 시키거나 나처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역시 아까 욕조에 들어가기 전 5층에서 얼음을 넉넉히 챙겨두었기 때문에 나는 게으르게 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가격은 21900원으로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장 결제를 하거나 룸차지를 통해 체크아웃 시 결제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직원분이 테이블에 놓아주시며 다 먹은 그릇은 복도에 내놓으면 된다. 맛은 훌륭했다! 고기도 두툼하고 안에 든 야채가 신선했다. 특히 고구마튀김이 달콤하면서 바삭했고, 전체적으로 간도 세지 않아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감자튀김은 케첩에, 고구마튀김은 저 노란색 소스에 찍어 먹으니 궁합이 좋았다.
한편 이 날부터 급속도로 일교차가 커지며 해가 지면 쌀쌀해졌기 때문에 나는 감기에 걸릴까 수영장을 이용하지는 않았다(물론 내가 수영을 못 하는 이유도 크다). 하지만 이 호텔의 자랑은 바로 루프탑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이다.
한편 이 날부터 급속도로 일교차가 커지며 해가 지면 쌀쌀해졌기 때문에 나는 감기에 걸릴까 수영장을 이용하지는 않았다(물론 내가 수영을 못 하는 이유도 크다). 하지만 이 호텔의 자랑은 바로 루프탑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이다.
9월 기준 수영장은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목요일까지는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금요일과 주말에는 직원이 상주한다고 한다. 선베드도 무료로 쓸 수 있고 구명조끼와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공간, 샤워실, 화장실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풀은 총 2개인데 더 널찍하고 깊은 곳 하나, 그리고 수심이 0.9m밖에 되지 않는 좀 더 아담한 풀이 있다. 후자는 아무래도 어린이들을 위한 곳인 듯하다. 아무튼 해가 졌을 때 가면 수영장 안에 이렇게 반짝반짝 빛이 들어와서 예쁘다.
수영장 옆에는 이렇게 쉴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넉넉하게 조성되어 있다. 야경과 고요함이 더해져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꼭대기 층이고 해가 지는 바람에 갈수록 바람이 차가워져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객실로 도망쳤다! ㅋㅋㅋ
이즈음에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세 번째 사소한 포인트를 소개한다. 바로 밤 9시부터 2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제공되는 이른바 ‘라벤더 턴다운 서비스’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라벤더를 천 주머니에 넣은 방향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어서 나는 슬쩍 2개를 챙겼다. 참고로 이 호텔에서는 이어 플러그도 준다(실내 슬리퍼가 들어 있는 박스에 있다).
이렇게 호텔에서 손님의 수면을 신경 쓰는 데에는, 아무래도 기찻길 옆이라는 호텔의 지리적 특성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TV를 켜거나 음악을 들을 땐 몰랐는데, 밤이 되니 이어 플러그를 껴도 기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정말 생생하게 들렸다. 하필 또 귀가 밝은 편이라 나는 1호선이 마지막 운행을 마칠 무렵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선로 옆에는 당연히 차선도 있으니 차 지나다니는 소리는 온종일 들렸다. 이렇게 좋은 침대에서 잠을 설치다니 억울하도다! 하지만 호텔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1시간도 잠을 자지 못한 건 다 내 탓이다 ㅠ_ㅠ
객실 컨디션도, 사소한 서비스나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도 다 좋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억울한 하룻밤 호캉스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리 잠을 못 잤어도 조식 뷔페는 먹으러 가야지.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