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말은 아주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와 흐름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챗봇 AI가 요약을 잘하니 책을 읽을 필요가 없어서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책을 읽어야 도움이 된다, 독서가 좋다는 말이 나름 기세를 폈는데 세상이 그새 또 많이 바뀌었다.
아마 AI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 내용을 다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원고지 100만 장 분량을 자랑하는 <드래곤 라자> 같은 대서사도 ‘국왕의 드래곤을 잃어버린 헬턴트 마을 주민들이 수도에 사건 보고를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 줄로 정리해 버린 다음 에피소드 몇 개 내용을 간단하게 덧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나는 단수가 아니다’,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처럼 내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작품 속 명대사를 만났을 때의 감흥과 인상을 받을 수 없다. AI 요약이 그 대사가 등장하는 내용을 소개해준다 하더라도, 작품을 온전히 읽지 않고서는 저 아름다운 명문들은 그저 내 머릿속에서 지나가는 텍스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문득 사람이 만든 것에만 온전히 의존하면서 아무런 제재 없이 인류의 정수를 도둑질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앞잡이에 나름대로 반기를 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AI가 정보 제공 따위로 요약할 수 없으며 그 순간의 감흥과 간접적 경험과 번개 같은 깨달음이 존재하는 문학적인 읽기, 유희와 재미를 위한 읽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 번 시작해보려 한다. 그냥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오직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읽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