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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by 제이드

옛날에는 동물들이 무섭고 꺼려졌는데 요새는 귀엽게 보인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도 이전보다는 사람이 아닌 생명을 더 포용하고 아끼려는 느낌이 짙어진 것 같다. 아마 그게 출판 시장에도 반영된 모양인지 고양이를 내세운 책을 도서관에서 또 발견했다. 이번에도 표지 일러스트에 끌려서 집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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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2025년 3월 출간

레이첼 웰스 지음, 장현희 옮김, 출판사 해피북스투유


이 책은 알피라는 고양이의 1인칭 시점으로 쓰였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고 나름의 결단력도 있는 꽤 똑똑한 친구다. 알피가 생각했을 때 자신은 이른바 ‘무릎냥이’다. 사람과 같이 아늑한 환경에서 사는 게 체질에 맞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알피를 키워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할머니의 가족은 알피를 그다지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아 알피를 보호소에 보내려고 한다.


보호소가 어떤 곳인지 알음알음 들어본 알피는 자신이 그곳에서는 살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보호소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집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가족을 찾으려 한다. 집이 체질인 알피에게는 당연히 험난한 여정이었다. 굶주리고 쫓기고 쫓겨나기를 반복하던 알피는 마침내 어느 괜찮아 보이는 동네에 다다르게 된다. 다른 길고양이에게 추천을 받은 곳이었다.


여기서 알피의 사고방식이 꽤 기발한데, 앞으로 또 주인과 집을 잃는 경우가 없도록 여러 집에 발을 걸쳐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게 ‘내놓은 집’ 푯말이 있는 빈 집에 눈도장을 찍어두고 그 집에 이사 올 사람을 기다린 끝에 알피는 발붙일 곳을 네 집이나 마련하게 된다. 아직 실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여성, 근무지가 바뀌면서 연고가 없는 곳에 살게 된 남성, 폴란드 출신 이민자 가족, 첫 아이를 가졌지만 어쩐지 위태로운 부부까지 그 구성도 다양하다.


이 네 집의 주인들에게는 모두 나름의 외로움과 힘겨움이 있다. 알피는 곧잘 그것을 감지해 내고 그들을 위로하려 애쓴다. 이렇게 영리하고 따뜻한 고양이니 알피에 관해 각기 다른 첫인상을 가졌던 이들도 알피에게 정을 붙이고 예뻐하게 된다. 서로에 관해 몰랐던 네 집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다.


이 책 역시 전체적으로 온화하다.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알피가 인간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착한 고양이기 때문이다. 380페이지지만 손에 딱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에 알피가 도도도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교감, 연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품 내 전체적인 시각 또한 독자를 따스하게 만든다.


정리하자면 잔잔한 힐링이 필요할 때 읽기에 좋은 책. 공감과 연민이 부족한 현대 사회에서 그런 감수성을 잠시 채워주는 데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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