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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서 일기

by 제이드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그곳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체감상 공짜로 내가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체감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우리가 세금을 통해 그 이용료를 간접적으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도서관에 관한 제목을 가진 책이 눈에 띄면 일단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이유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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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일기>

2023년 7월 출간

앨리 모건 지음, 엄일녀 옮김, 출판사 문학동네



소설처럼 읽히지만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재구성하고 자신을 주인공 및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품이므로 에세이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말 그대로 작가가 지역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엮은 책. 얼핏 잔잔하고 심심할 것 같지만 도서관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벌어진다.


작가이자 주인공인 앨리는 우울증과 자살 충동, PTSD 등 정신 질환을 앓으며 치료를 받는 중이다. 정확히 그가 어떤 일 때문에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나타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책과 도서관을 좋아한다는 것. 그러다 그가 어렵사리 비정규직으로 도서관에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이 이야기가 한국보다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딘가 점잖고 정돈되어 있고 홍차 향이 솔솔 풍기는 에피소드만 가득할 것 같지만, 앨리가 부유한 동네의 도서관에서 일하는 게 아니고 모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온갖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사건도 벌어진다. 여기에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낡아빠진 컴퓨터 앞에서 순번을 받아가며 구직 활동을 하는 실업자들, 폭력의 피해자들, 불량한 학생들,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회의 외곽에 존재하는 사람들, 책 읽는 게 낙인 노인들 등등. 절차와 형식에만 목을 매면서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사 공무원은 덤이다. 모두 쉽게 이해할 만한 모습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춥거나 더울 때 마음 편히 쉬어가는 곳 정도가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사회 시설이라는 걸 실감했다. 누구나 올 수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곳이 도서관인 것이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앨리는 그런 역할에 기여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앨리가 비정규직 보조 사서가 아니라 사회복지사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앨리의 활약상은 세세하고도 유쾌하게 서술되어 있어 독자는 어렵지 않게 그를 따라갈 수 있다.


한편 여기서도 정치인은 풀뿌리 사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리가 드러나는데, 도서관의 예산을 쥐고 있는 시의원은 도서관 운영엔 관심이 없고 어려운 현안은 회피하려 한다. 이런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앨리나 다른 동료들이 유난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저 바다 건너 영국의 모습이 이렇게 공감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다. 이들은 앨리에게 또 하나의 장애물이지만 그와 도서관을 사랑하는 몇몇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지만 읽다 보면 그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다. 사회의 일면에 대해 공부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도서관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더불어 이 모든 감상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책이 재미있게 쓰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도서관은 위대하다! 앞으로도 내 동네 도서관에 더욱 꾸준히 다니면서 실적과 이용 현황에 기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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