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책은 재미를 위해 고른 책은 아니다. 제목은 다소 진부하지만 무려 103세인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썼다는 정보에 흥미가 갔다. 결론적으로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기록할 만한 부분이 있어 다루어본다.
<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
글래디스 맥게리 지음, 이주만 옮김, 출판사 부키
2025년 6월 출간
확실히 이런 사람이 쓰는 경험이나 인생 이야기라면 들어보고 싶을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제대로 된 병원 진료도 받지 못하던 시절에 진취적인 의사 부모님 밑에서 자라 일찌감치 의학에 뜻을 두고 그 길에 정진하였으며, 전인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설해 내고, 한편으로는 자녀를 6명이나 낳아 길러낸 대단한 사람. 나도 그런 점에 흥미를 느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가 그토록 대단하기 때문에, 또 작가의 어머니가 매우 훌륭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21세기는 작가가 살던 대부분의 시절과는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에, 또 기타 여러 이유로 감동하고 놀라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냥 나와 별 관련 없는 자기 계발서 같은 걸 읽는 기분이었다. 물론 작가가 과장을 하거나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가 예시를 드는 환자 이야기나 본인, 혹은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100%의 신뢰도를 가지고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작가가 인생의 비결이라고 하는 마음가짐과 격언은 너무 평범해 보일 정도이다. 책 목차에 정직하게 나와 있는 대로 작가의 가르침은 이러하다. 당신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고 그것이 바로 생기, 생명력이다. 모든 생명은 움직여야 살기 때문에 움직여야 생명력이 돌고 건강해진다. 한편 사랑은 가장 강력한 치료약이니 사랑하는 마음을 갖자.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니 공동체에도 몸과 영혼을 쏟자. 또 모든 것이 당신의 스승이 될 수 있으므로 무슨 일이든 이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생각하자. 나의 에너지를 내가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쏟자. 이 문단을 쓰면서 나는 사실상 책의 주요 챕터 제목을 읊기만 했다.
이토록 평범한 말들, 어떻게 보면 무척 공감하기 쉬운 말들이다. 그럼에도 글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라든지 꿈을 상당히 신뢰하는 작가의 태도, 어렴풋하게 깔린 기독교적 뉘앙스 등등 적어도 이게 한국의 독자가 가슴 깊이 받아들이기엔 망설여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작가와 현세대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모든 것을 훔치고 있는 인공지능에 인류 자체가 떠밀리는 상황에서 이런 영적인 이야기는 좀 낯설 수 있겠다는 감상도 들었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을 덮고 나서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인생 전반의 교훈이나 가르침을 이야기하는 책은, 적어도 한국인이 쓴 걸 읽는 게 좋겠다는 것. 작가가 한국 여성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와 공통점이 별로 없고 매우 커다란 행운이 처음부터 함께했던 사람의 말은 결국엔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개인적으로 작가가 부모님, 특히 어머니를 너무나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뭐, 이런 교훈적인 장르가 그냥 나와 안 맞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게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