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을 가장 소박한 기쁨으로 결합시키는 요소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놓고 둘러앉았을 때의 잔잔한 흥분과 쾌감, 서로 먹기를 권하는 몸짓을 할 때의 활기찬 연대감, 음식을 맛보고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의 무한한 희열. 나는 그보다 아름다운 광경과 그보다 따뜻한 공감은 상상할 수 없다.
권여선 [술꾼들의 모국어]
그래 맞다. 좋은 사람과 둘러앉아 나누는 맛난 음식, 그 시간만큼 좋은 것이 있으랴. 내가 언젠가 '친구가 성가시다'고 선언을 해버린 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부쩍 술은 당기지 않는다. 20대처럼 양껏 마실 수는 있다. 문제는 숙취다. 달린 다음날이면 족히 오후 서너 시까지 영향을 받는 통에 부어라 마셔라는 더이상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먹기는 먹어야지. 맛있는 밥을 좋은 사람과 함께 먹어야지.
아픈 엄마 곁에 있어드리겠다고 휴직까지 한 동료 생각이 요즘 간간이 난다. 그놈에게 전화해서 집 앞 맥줏집에라도 불러내야겠다. 닭똥집 튀김 같은 소소한 안주 앞에 놓고 두어 잔씩 마시고 어깨 툭툭 쳐서 다시 엄마 곁으로 들여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