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간 나는 솔로
솔로의 아침이 밝았다. 작은 창문으로 햇살이 예쁘게 들어왔다. 꽤나 상쾌한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아르바이트 앱을 열었다. 편의점부터 카페까지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이 중에서 나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열심히 번역기로 돌린 지원서로 여러 군데 응모했다.
나에겐 일본어라는 큰 장벽이 하나 있으니 안전빵이 필요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한인 잡을 구하는 것이 빠르게 구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경 유학생 모임’이라는 줄여서 ‘동유모’라는 네이버 카페가 있는데 거기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이 한인타운 바로 옆이라 한인 잡을 구하기 좋았다. 동유모를 둘러보던 중 한인타운의 카페 아르바이트 구인글을 하나 발견하여 그곳에 지원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을 걷는데 느낌이 색달랐다. 햇살이 이렇게 예쁜 것이었던 걸까 앞으로의 미래를 기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도보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출근하기 좋았다.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어찌나 가슴이 쿵쾅 뛰는지. 평소에 면접 보는 것을 그렇게 어려워하는 편이 아닌데 괜히 긴장됐다.
카페에 입구로 들어서는데 내가 생각한 카페와는 사뭇 달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카페 내부는 꽤 컸고 스피커에서는 케이팝이 흘러나왔다. 한쪽 면에는 한국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한국인 사장님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카페 아르바이트 해본 적은 있어요?”
“네 한국에 있을 때 스타벅스에서 일했었습니다.”
“그럼 일은 잘하겠네요. 일본어는 좀 해요?”
“아 일본어는 공부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못합니다.”
“그건 괜찮아요. 별로 쓸 일이 없을 거예요. 오늘부터 한번 일하실래요? “
“네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짧은 면접을 보고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에선 여러 가지 디저트 메뉴부터 버블티까지 다양한 종류의 것들을 팔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종류에 당황했다. 당황하고 있는 찰나에 친절해 보이는 직원이 다가왔다.
“메뉴가 많아서 어려워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쉬워요!”
“네 알겠습니다!”
“먼저 이 빙수 기계에 우유를 채워 넣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버블티에 들어가는 버블을 삶아야 하는데…”
설명을 듣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어떤 다른 직원이 찾아왔다.
“오늘 처음 오셨어요? 그럼 그거 말고 이것부터 해요.”
“넵!”
일한 지 꽤나 되어 보이는 직원의 말투는 상당히 날카로웠다.
“주문은 여기서 받으면 돼요.”
“저 근데 아직 일본어가 서툴러서 그런데 어떻게 말하면 되나요? “
“하… 그걸 왜 저한테 묻죠? 그냥 알아서 하세요.”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날카로운 직원의 말에 상처를 받았지만 부족한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빠른 손님의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날카로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럼 일단 다른 것부터 하세요.”
“네 죄송합니다.”
일본어를 할 수 없는 나에게 잘못도 있었지만 앞으로 이 까칠한 직원과 같이 일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금방 포기하기엔 이제 시작이었다. 이것저것 배우고 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고 퇴근을 했다. 퇴근하는 길에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까칠한 직원은 여기서 일한 지 제일 오래된 직원이라고 했다. 원래 조금 텃세가 있는 편이니 조심만 하면 괜찮다는 말을 했다. 텃세가 있다는 말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다음 날에도 출근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어떻게 관두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음 날 여전히 까칠한 직원을 마주해야 했고 도저히 여기서 일할 수 없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무거운 것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고 말았다.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그날 하루를 견뎌냈고 다음 날 바로 사장님께 연락했다. 짐을 옮기다가 허리를 다쳐서 일을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부끄러웠다. 도망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틀 일한 것에 대한 급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 그렇게 일한 지 이틀 만에 처음 구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