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
알고 보니 나는 면접날 봤던 밝은 친구를 뒤이을 아르바이트 생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일주일 동안 인수인계를 해준 뒤 그만두었다. 그녀가 그만두던 날 마침 나의 생일이었는데 우연히 그 친구가 알게 되었다. 혼자서 보내는 생일은 너무 슬프다며 같이 고깃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덕분에 외롭지 않은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아르바이트생 중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그러다 일주일 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는데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언니였다. 나도 얼마 배우진 않았지만 열심히 인수인계를 해주었다. 뭔가 느리지만 꼼꼼한 성격이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언니였다. 일을 마치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친해졌는데 내가 하루하루 들었던 모르는 일본어가 있으면 하나씩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쇼핑몰이 잘되어서 직원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좋아서인지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일본어가 있을 때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주었다. 평소에 내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해 답답했던 것들은 생각해 두었다가 일하는 날 쉬는 시간에 물어보곤 했다. 모르는 일본어를 인터넷에 검색하는 것이 빠르긴 하지만 물어보고 직접 대화하는 것이 빠르게 습득되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면서 살다가는 일본에서 생활하는 의미가 없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적응한 지 5개월 뒤에서야 일본어를 사용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을 했다. 언니들과 검품을 하면서 면접에 관련한 일본어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녀들도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조금 귀찮게 구는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일하는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은 일본어로 일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두려웠다. 편의점에서도 한번 면접을 본 적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점장님의 속사포랩 같은 일본어로 면접에서 바로 떨어졌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당당하게 면접을 보러 간 거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 부끄러운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