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됭됭 Oct 20. 2023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을 구하다.

 언니들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얻은 나는 일본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아르바이트를 지원하게 되었다. 지원서를 넣고 며칠 뒤 연락이 왔다. 동유모를 통해서 지원했기 때문에 한국인이 연락할 줄 알았는데 일본인 면접관이 일본어로 라인을 보냈다. 아직 만난 것도 아닌데 나중에는 어떨지 상상이 안 됐다. 대충 어떤 뜻인지는 알 거 같지만 번역기를 돌렸다.


’ 안녕하세요. 이번 면접에 응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시면 시간과 장소를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회신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내용이었다. 가능한 날짜를 알려드리고 면접 일정을 잡았다.


 며칠이 지나 면접날. 전철을 타고 기치조지역에서 내렸다. 지도 앱이 안내해 주는 대로 시장 안쪽으로 걷다 보니 2층짜리 카페가 나왔다. 설마 여기서 일하게 되는 걸까. 매장 안에는 손님이 꽤 많았다. 정신없어하고 있는 와중에 어떤 한 일본인이 바로 나에게 “키무상 데스까?”하고 물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와 찐 일본인이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수줍게 ”하이“를 말하자 그가 2층으로 안내해 줬다.


 정장차림의 그는 일본 드라마에서 나올 법하게 생겼다. 잘생겼다는 의미는 아니고 진짜 일본인 같다는 말이다. 손님과 직원의 대화가 아닌 키무상으로서의 일본인과의 대화는 처음이라 느낌이 색달랐다. 너무 긴장되는 탓에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있으니 그도 음료를 들고 와서 앉았다. 그리고 지원동기와 어떤 일을 했는지와 같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대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하는 질문에 어떻게든 열심히 자신 있는척하며 대답했다. 그러다 정신이 살짝 들었을 때쯤 그가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저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나요?”

“80%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대답하자마자 오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 그런가요~?”하고 말했다. 과연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걸까. 뭐가 어찌 됐든 이야기가 잘 흘러가고 있는 거 같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질문할 거 있으신가요?”

“제가 일본어를 잘 못하는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인 점장님이 있는데 그분이 잘 가르쳐주실 겁니다. “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인 점장님이 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신이 없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내가 스타벅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을 때 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생각한 것보다 면접을 잘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면접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면접 통과하셨습니다. 아카사카미츠케 지점에서 일하시는 거 괜찮으신가요?’


 다행히도 면접은 통과했다. 면접본 곳이 일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곳은 집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원래 일하고 있던 쇼핑몰과도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위치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어떻게 붙은 면접인데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을 구하게 되었다.

이전 06화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