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가 되면 카페에 하루도 빠짐없이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다. 매일 똑같은 루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며칠을 일하다 보니 얼굴이 익숙해진 손님들도 있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손님이 있었는데 매번 나에게 뭐라고 하는 손님이었다. 그런데 나한테만 딴지를 거는 게 아니라 다른 직원에게도 그랬다. 항상 따지듯이 말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손님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괜히 알아들었다간 기분만 상할 거 같았다. 매일 똑같이 나에게 화를 냈다. 나는 말을 알아듣질 못하는데 상대를 하고 있자니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분은 항상 드립커피와 샌드위치를 드셨다. 카페 2층에서는 흡연을 할 수 있었는데 담배를 피우며 매일 아침을 카페에서 보냈다. 주문을 하면 번호를 건네주는데 그 번호를 보고 테이블에 갖다 주는 시스템이었다. 비흡연자인 나에게 2층은 지옥 같은 곳이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그 공간에서 번호를 찾아 샌드위치를 가져다 드렸다. 드립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 사람은 유독 눈에 띄었다. 매번 화내서일까. 꼭 샌드위치도 빵은 데워서 나가는 제품인데 빵도 안 데워서 먹는다.
하루는 진짜 끈질기도록 나에게 뭐라 한 날이 있었다. 뭐라고 말하는데 진짜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서 주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직원도 곤란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분이 가시고 나서 도대체 뭐라고 한 거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다른 일본인 직원도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고 했다. 나는 매번 내가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다들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니 '멘도쿠사이'한 손님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멘도쿠사이가 진상 손님 같은 말인가? 하고 나중에 찾아보니 '귀찮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내가 모르고 그분께 나갈 샌드위치의 빵을 데워서 나갔다. 그랬더니 그 손님이 샌드위치를 들고 와서 나에게 엄청 뭐라 하는 것이다. 바쁘다 보니 정신없어서 그 손님의 취향을 깜빡 잊어버렸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뭐라 할 일인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죄송하다고 한 뒤 다시 해드리고 나서 직원에게 궁금해서 빵을 데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다. '하'가 없어서 그렇다고 말하는데 처음엔 '하'가 뭔지 몰랐지만 '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때까지 손님이 했던 말들을 다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빵을 데워먹지 않는 것이 유별난 줄 알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단 생각에 조금 미안했다. 나 때문에 딱딱한 빵을 먹게 되다니.. 다음부터는 그 손님에겐 좀 더 신경 써서 챙겨주게 되었다.
가만 보면 그분은 진상손님일 수도 있지만 가게의 매출을 꾸준히 올려주는 단골고객이었다. 어쩌면 내가 스트레스받았던 이유가 말을 못 알아듣는 나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았다. 단순히 이가 없어서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거였는데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이었다. 사실을 알고 나니 어딘가 마음이 후련해지면서 그 손님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그 뒤로는 그 손님이 나에게 화내는 일도 없었고 뭐라고 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 손님도 자신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만 답답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