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간이 지나고 쉬는 시간이 될 때쯤이면 교대할 사람이 출근했다. 그 사람은 중국인이었는데 일한 지 꽤 오래된 매니저급의 직원이었다. 이가 없는 손님만큼이나 그 사람의 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점장님은 말을 천천히 하기라도 하지, 20살 직원은 말은 빨라도 일본어라서 대강 단어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중국인 직원이 하는 말은 중국어 억양이 섞여 단어를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 사람도 나와 소통이 안되니 직원들 중에 제일 답답해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알아듣는 척하면 넘어갔는데 그 사람은 진짜 알아들은 거 맞냐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 상황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겼다. 서로 다른 외국에서 와서 일본어라는 언어 하나로 소통하는데 말이 통하질 않으니 서로 답답할 수밖에. 그래도 온몸을 사용해 가며 열심히 말로써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표현했다.
그 중국인 직원에게서 배울게 많다 보니 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근데 내가 제대로 소통할 수가 없어서 그 직원이 처음에는 많이 답답해했다.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건 답답해하다가 마지못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보이는 모습이다. 답답해서 화를 낼 수 도 있었을 텐데 웃음을 보여줘서 고마웠다. 나중에는 그 직원도 나에게 익숙해져서 바디랭귀지로 설명해주곤 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나를 배려해 준다는 느낌도 들어 감동을 받았다. 원시인들이 처음 대화를 하는 과정이 이랬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통한다는 느낌이 새로웠다.
내가 일본어를 못하는 것이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그 사람이 나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것에도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쓰는 언어가 다르지만 인간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같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도 내가 일부러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주니 끝까지 나에게 잘 가르쳐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하루하루 배우면서 말하는 것들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에게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하고 좀 더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엔 들리지 않던 중국어 억양이 나중에는 조금 익숙해져서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칭찬을 들을 수도 있었다. 그 직원 덕분에 다음으로 들어온 직원에게 나도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