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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됭됭 Oct 22. 2023

말이 술술 통하는 기적을 경험하다.

 완전 일본 까막눈이었던 내가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여러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듣는 단어가 많아지다 보니 대화에 참여 가능한 수준은 되었다. 특히 일본어에는 한국어랑 비슷한 단어가 많아서 익히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리고 매번 대화를 하면서 알아듣지 못했던 단어들은 메모해 두었다가 쇼핑몰에 일하러 갔을 때 언니들에게 물어보면서 언어들을 익히게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카페에서는 일하는 시간대에 사람이 부족하면 다른 지점에서 도와주러 왔었다. 어느 하루는 다른 지점 점장님이 도와주러 왔다. 굉장히 예쁘고 나이도 어린 점장님이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관심을 보였다. 본인이 서울에 놀러 간 적이 있다며 홍대에서 화장품 산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의 화장품이 좋다며 굉장히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한국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이야기가 저절로 나왔다. 무슨 이야기를 내가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을 막 뱉어냈다. 새삼 대화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신기했다. 아무런 말도 못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점점 대화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도 할 말이 끊길 타이밍이 되면 다행히도 손님이 와서 일을 했다.


 겨우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일하는 것에 적응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다른 지점으로 도움을 주러 가게 되었다. 진짜 다른 때보다도 더 긴장되었던 거 같다. 내가 원래 일하던 곳에서는 일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데 낯선 곳에서는 또 다른 룰이 있을 거라 생각되니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저번에 만났던 점장님이 일하시는 지점으로 도움을 주러 가서 다행이었다. 어떻게든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다른 지점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도 성공적이었다. 사실 이제는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들어주고 호응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예전에는 "하이"밖에 못했던 내가 대화를 이끌어가기도 했다.


 일을 계속 잘하기만 했다면 좋았을 텐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이 지점으로 옮겨지나 싶을 정도로 자주 도움을 주러 가던 또 다른 지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실수를 했다. 내가 일하는 지점과는 다르게 매장도 더 크고 파스타도 판매하는 매장이라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곳의 점장님은 어찌나 말도 많으시고 빠르신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되게 친절한 분이신 줄 알았는데 나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적응하니 그곳에서도 일을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 점장님도 종종 우리 매장으로 도움을 주러 오셨는데 그때마다 또 친절하게 대해주시긴 했다. 그렇게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며 그 분과 정이 들었다. 처음에는 말이 빨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화했던 내용들이 쌓이고 쌓여 무슨 내용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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