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억 세계인들 중 똑같은 사람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세계인류로 함께 살고 있는 곳이 이 세상이다. 매일 출근할 때 보는 자동차 역시 모델마다 디자인이 다양하다. 필자는 요즘 자동차 전시를 준비하면서 유심히 자동차를 보고 있는데 브랜드의 다양함 만큼 디자인 또한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자동차의 외양에서 출발한다. 첫 눈에 보는 ‘아, 멋지다. 예쁘다.’ 하는 인상이 차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 주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승패가 나는 시대가 되었다. 대중의 욕망은 시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60년대 말부터 진행된 40년의 마이카 시대를 거쳐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되었다. 도시나 농촌이나 차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 변화무쌍한 대중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산업이든 예술이든 생존할 수 없다.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곳으로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디자인 상품 중 가장 시대를 앞서가는 곳이 자동차 디자인의 세계이다. 가성비와 연비도 중요하지만 현대인들은 일단 디자인에서 소유에의 욕망에 빠진다. “전세로 살아도 차는 꼭 있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게 현대인 아닌가.
한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세계 5위의 생산국이다.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한다. 자동차 수출의 신화를 기록한 차가 1970년대 현대자동차의 ‘포니’였는데 포니의 신화에는 자동차 디자이너인 주지아로의 공이 있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지아로는 서구인들의 기호와 트랜드에 맞는 디자인을 했다. 포니는 말끔하게 정돈되고 각이 진 모습이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자동차가 고급스럽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사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포니와 포니2는 내수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디자인의 힘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국산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던 때에 자동차 디자인을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에게, 그것도 거액을 주고 맡기는 것에 거부감과 비아냥이 나왔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영진은 내수보다는 수출을 염두에 두었기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이렇게 포니의 신화가 시작되었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산업과 예술이 하나가 된 곳이 현대의 모빌리티이다.
그 후 마이카 시대를 활짝 연 엑셀, 르망, 프라이드에 이르러 서구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미의식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뒷 유리창에서 트렁크로 각지게 내려오는 노치백이 한국인의 마이카 스타일이었다. 날씬하고 멋진 유선형의 차들이 선을 보였다. 색깔 역시 무채색의 검은색과 밝은 회색을 좋아해 이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검은색 차는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보여 주고, 밝은 회색은 은은한 분위기를 보여 주기에 넉넉했다. 한국인의 미의식이 산업디자인에 녹아 있어 예술로 승화되고 있다.
자동차는 디자인 자체만으로 대중의 욕망을 끌어 낼 수는 없다. 자동차는 필수품인 동시에 여전히 사치품이다. 고가의 자동차가 많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자동차 광고 이외에도 드라마와 영화속의 자동차는 대중의 욕망을 자극한다. 누구나 갈망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값 비싼 고가품이라는 미장센을 은밀히 보여 준다. 내가 욕망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그런 나를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이라는 것을 세련되게 보여 준다. 사람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