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 아래, 함께 걷는 하루
오랜만에 아버지와 병원 데이트를 했다.
동네에서 먹던 수면제를 바꾸고 싶으시단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 지 벌써 5년째인 만성 불면증.
정수리 부근이 쿰틀거리고,
왜 잠이 오지 않는지 머릿속을 열어 들여다보고 싶다고 하셨다.
더 자세하고 세심한 진료는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여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예약을 잡아주셨다.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이제는 내 머릿속이 나를 괴롭히는구나.”
하고 말씀하셨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오늘,
따스한 햇살 아래 아버지와 함께 길을 나설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음이 번졌다.
진료를 마친 뒤, 병원 근처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시장에도 들러 파자마와 속옷을 샀다.
오랜 세월의 이야기가 반찬처럼 소박하게 쌓이고,
걷다가 들른 거리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달콤한 맛을 나누며 걷기도 했다.
하루 종일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
그 속에서 나는 세월이 새긴 주름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 주름 안에 담긴 고단한 세월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의 햇살처럼,
오늘의 기억도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