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채워지지 않는 열정

이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by 노고록

"사람이 살면서 열정과 욕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언제부터인가 자꾸 무기력해져 가는 듯한 내 모습을 보면서 혼자 가져보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그리 무기력하게 살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항상 도전적이었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은 항상 즐거웠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이루는 데에는 남다른 묘미가 있었다.

남들이 혀를 내밀더라도 내가 옳다고 판단하면 곧장 그 길을 갔다.


열정으로 가득 찾던 그런 일들은 대부분 잘 마무리가 되었고, 나의 손을 떠났다.

나의 계획표상으로는 성공적인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성취뒤에 오는 허탈감일 수도 있다.

또는 그런 일들의 현재 상태가 당초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어서 "왜 했나?" 하는 후회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나와 생각을 같이 했던 사람들도 이제 하나 둘 떠났다.

내가 온갖 정성으로 캐어를 해주던 자녀들도 이제 내 곁을 떠나고 있다.

헤어짐과 떠남, 버림, 비어감이 익숙한 환경과 나이가 되었다.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면서 길가 옆 공간에 소복이 쌓이듯이,

나의 젊은 날 열정들도 빛바랜 기억으로 가슴속 한구석에 하나둘 쌓여간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진다.

가급적 지금 그대로가 좋다.

변화가 나에게 가져올 새로운 과정과 결과를 다시 경험하기 싫다.

그리고 이젠 새로운 것을 하고 난 뒤에서 따라오는 허탈감이나 공허함이 두려울 때가 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쯤이면 사람 사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들 무리 중에서 나의 이야기가 있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새삼 나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다시 재자리로 오면 나에게 슬며시 다가오면 허탈감은 여전하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주변에 조금만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앞뒤 구분 없이 결과와 성취를 자기 것을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현재의 자리를 꼭 지키려 하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

자리를 떠나고 나면 그들의 걸어왔던 길은 같이 사라지기도 하고, 회색빛으로 물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며 살아야 한다.

그들과 같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의 열정을 주고받고 공유를 하고, 때로는 배려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인정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사회는 보이지 않는 열정보다, 보이는 결과를 더 탐내고 높이 평가를 해준다.

공정한 다큐멘터리인 스포츠에서도 골을 넣은 선수, 홈런을 친 선수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모두 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올가미다.

그 올가미 속에서 더 이상 지탱할 힘이 사라지는 때쯤이면 우리는 아싸가 되면서 올가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허우적거렸던 올가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의 열정과 에너지는 무한하지만 유한하기도 하다.

곧잘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쉬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성취를 하든 실패를 하던 인간에게는 몇 번의 고비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고비는 유한한 듯하다.


그 고비를 넘으면 그 열정을 더 이상 채워지지 않는다.

열정뒤에 따라올 허탈감을 다시 맛보기가 싫어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년 11월 16일, 유심재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