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애의 해피엔딩(?)
대외적으로, 우리는 아직 식을 올리지 않은 예비부부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벌써 부부가 된 지 한 달이 되어 서로의 등본에 서로의 이름 석 자가 '배우자'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식을 올리고도 아기가 생기기 전까지 1년이고 2년이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게 관례라는데
우리의 경우는 달랐다. 직업군인인 남편 덕분에 결혼을 하면 의식주 중 가장 큰 부분인 '주(住)'가 해결되기에 식을 올리기 직전 또는 직후에 혼인신고를 해서 관사를 받을 계획이었다.
↑우리도 12쌍 2중 1쌍에 속하겠지요...?ㅎ
하지만 사실 이렇게 빨리 혼인신고를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배우자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혼율이 늘어나고 있는 이런 무시무시한 현대사회 속에 좀 더 모든 게 명확해지고 확실해지면 도장을 찍고 싶은 '안전주의(?)'라고 해두자.
그런데 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먼저 남편이 숙소 담당관에게 문의한 결과, 관사에 공실이 있어 신청만 하면 입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즈음에 엄마가 좋아하는 가구점에서 너무 예쁜 원목의 침대프레임이 할인을 해, 덜컥 언제 나올지 모를 관사에서 쓰게 될 침대를 구매했다. (결혼 전에는 본가 창고방에 두기로 했지만, 막상 침대를 들여오자 창고가 가득 차서 엄마가 얼른 침대를 빼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게다가 남편은 간부숙소에서 다른 사람과 2인 1실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각자의 방이 있음에도 아침에 출근할 때 화장실 쓰는 문제라든지, 거실에 있는 TV를 보는 문제라든지 사소한 것들에 불편함을 느껴 얼른 관사로 이사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여러 이유들이 한 번에 모아져 식이 2개월 넘게 남았던 9월의 어느 날,
그렇게 우린 서로의 배우자가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별거 없었던 혼인신고.
서류는 미리 작성해 갔기에 신분증과 서류를 내밀자, 담당자님께서 컴퓨터로 타닥타닥 서류를 작성하시더니 처리되었다고 하셨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로를 평생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에 약간은 감격스럽고 조금은 두렵고.
이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