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1 우리 모두 떨리는 첫 만남
#3월 2일(목)
우리 3학년 3반과 처음 만나는 날.
작년 7월 발령을 받아 한 차례 담임 경험이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3월을 맞이한 것도, 한 해를 온전히 내 힘으로 꾸려가는 것도 처음이라 밤새 잠을 뒤척였다.
2월에 준비를 꽤 했는데도 막상 학생들을 만나는 당일이 되어 교실에 들어서니,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보였다.
학생맞이를 위한 마지막 정리를 하는 중에, '똑똑' 문을 두드리며 한 남학생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했는데 교실을 들어오다 말고 멈칫하더니 "앗! 4학년 3반인데 잘못 왔어요!"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처음엔 약간의 어이없음에 웃음이 났지만, 서투른 첫 담임의 나보다 더 서투른 학생을 보니 마음이 약간 놓였다.
'새 학년은 나만 떨리는 게 아니지… 그래 너네도 많이 떨리고 긴장되고 어색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
잘못 교실에 들어온 4학년 학생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 같이 작은 몸집에 몸의 반을 차지하는 가방을 메고 수줍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들어오는 아이들.
'너네가 올해를 함께할 아이들이구나?!'
3학년이 어떤 나이인지 감이 안온 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중학년이라고 하지만, 방금 2학년을 마치고 온 아가들이기도 하다.
국민의례를 할 때 왼손으로 하는 건지, 오른손으로 하는 건지 헷갈려하는 학년? 이 라고 하면 대충 짐작이 갈까?
작년엔 4학년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같은 중학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어린아이들이었다.
게다가 올해 6교시도 처음이고, 사회/과학/영어/도덕 도 처음 배운다니...
본격적으로 형, 누나, 언니, 오빠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학년이기도 하다.
1교시 시작 전까지 '아침독서'시간이라고 안내하자, 긴장한 모습으로 학급문고에서 책을 가져가 조용하게 책에 집중하는 아이들.
작년엔 아침독서 시간을 안내해도 독서하지 않는 학생이 많았는데 첫날이라 그런지 모두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귀엽기도 했다.
'1교시 시업식, 2교시 선생님소개, 3-4교시 친구들 이름 소개 및 게임'으로 정말 단순한 소개 활동으로 보낸 하루였다.
작년엔 18명의 학생들과 수업을 했는데 올해는 23명이라 아직 학생들의 이름을 바로 외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장난꾸러기 학생, 모범생 학생,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 눈에 보인다.
나의 첫 1년 제자들과 얼마나 재미있고, 때로는 힘든 생활을 할지, 1년간 나의 멘탈은 안녕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와 걱정이 된다.
이 글을 마칠 때쯤 베테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성장한 교사이길 바란다. 무엇보다 험난한 첫해에 내가 이 글을 마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