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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Aug 27. 2024

코딩과 코드리스

나만의 정의

하드웨어 엔지니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부서를 옮겼다. 겉핥기로 배웠던 기억 자욱한 채, 파이썬 강의를 듣고 있다.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하겠지만, 여간 쉽지 않다.




새로운 부서장님 미팅 때마다 줄곧 콘텐츠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이전 부서의 특기를 살린 아이디어와 함께 새로운 콘텐츠 개발 회의가 이어졌다.


다른 팀원들도 하드웨어나, 다른 업무를 하다 옮겼기에 기대치에 못 미치지 않을까 걱정 속에 회의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몹시 흡족해하셨고, 페이지를 넘기며, 부서장님의 표정은 차츰 밝아졌다.


오히려 본인이 인사이트를 얻으신 활기찬 말씀에, 한숨을 돌렸다. 더욱이,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모르는 부분을 물으시며 배우는 모습이 무척 존경스러웠다.




이후,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에, '넷플릭스'와 '오징어 게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등의 질문을 던지셨다. 한참 말씀을 듣다, 문득 우리가 코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우리는 MS-DOS라던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진수로 알지 않아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마네 두드리면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우리가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도 밤하늘 별처럼 많다.


코드를 통해 차트를 시각화하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업무처럼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면, 우리는 분석과 판단만 하면 된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분석기법이 나온다면 더 발전하겠지.




혹자는 '후발주자들을 바보 만드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집을 살 때 콘크리트와 시멘트의 제조법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살아가기 쾌적하고, 이후 투자 목적이나 세를 내줄 때 득실을 따짐이 더 중요하듯.


기반을 다지고 골격을 쌓아감이 건축과 코딩은 무척 닮아있다. 물론, 쓰임새나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과정 속에서 더 인간에게 이롭고 편리함을 추구함이 닿아있다.


새로운 업무나, 과제를 맡으면 이런 생각들에, 시동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이해나,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느낌이 없으면 나만의 정의를 세워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코딩은 결국 코드리스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이 아닐까. 무엇보다, 말이 안통하는 컴퓨터와 소통해야 하기에, 다른 언어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


이번에 바뀐 업무처럼, 미래의 내가 어떤 일을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차츰 나만의 정의를 쌓다 보면 언젠가 사람에 가장 닿아있는 코드를 완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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