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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Sep 24. 2024

말폭탄

얼마간 교육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함께 교육받게 된, 자주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동료의 말 한마디가 손톱 사이 낀 가시처럼 마음에 박혔다.


"어머, 이거 잘 모르시나 봐요?"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에 잠시 멈춘 후 대화를 이어갔다. 돌아서는 뒷모습에 어색함이 서려있지 않게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고쳐 쓰고서. 


이후에도 웃는 얼굴과 가시 박힌 말들을 건네왔다. 교육 시작 시간에 임박해 복도에서 만났을 때도, ' 또, 지각이네요?' 등의 굳이 하지 않아도,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다름과 틀림을 구분한다면, 그의 말은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 마음을 어지럽히는 말이다. 마치, 아직 해야 할 일을 남기고 찝찝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기분처럼.


그런, 다듬어지지 않은 말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누르고 찔러대며 굴러다닌다. 게다가, 그 부분을 지적하면 꼬투리를 잡는 꼰대가 돼버리는 기이한 일도 벌어진다.


무뚝뚝함이나 시크함과는 다르다. 차가운 인상과 어투를 쓰는 사람도 툭 던지는 말 한마디도 감동을 준다. 한 동안 못 봤던 옛 동료의 '보고 싶었어' 한 마디면 얼어붙은 마음도 녹아내린다.




금방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려야 한다. 이미 던져 받은 말폭탄은, 받은 사람의 몫이 돼버리기에 어쩔 수 없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터지지 않으려면 빨리 없애야 한다. 하지만, 종종 가장 나쁜 방법을 택할 때도 있다. 그 상처를 남에게 옮기는 것. 그것만은 절대 하지 않으려 하건만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그림자에 숨는다.


잘 정돈되지 못한 말들은 폭탄처럼 우리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터지곤 한다. 다치지 않으려 마음의 갑옷을 동여매야 하는데, 역시나 이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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