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상냥함을 준비할 시간

곳간에서 인심이 난댔지…

by Lucia K






이번주말은 참 바빴다. 금요일저녁은 필라테스를 가는날인데, 스트레스에 찌든 나는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 해외출장이후 일주일간 집콕모드로 일만하다 커피사러나오니 단풍이 들었더랬다…

어쩐지 계절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지친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고나니 토요일에 삭신이 쑤셔서 맛사지도 받고 사우나도 다녀왔다. 프리마스파가 좋대서 가봤는데 재촉하는 이가있어서 후다닥 씻고나왔는데 다음엔 동생이랑 가서 부슬비같은게 내리는 습식사우나를 좀 하고싶다.


평소의 나는 상당히 상냥하다. 대규모 시스템을 운영하다보면 정말 오만곳(정말 오만곳이다. 국적불문, 부서불문)에서 연락이 오는데 마치 챗봇이 된거처럼 답변을 때리다 보면 가끔은 가슴이 터질것같을때도 있다.

PM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대부분의 일하는 시간은 미팅으로 채워져있는데 날이선 질문이 오갈때면 늘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나는 상냥하다 목요일 오전까지는….

목요일 오후가 되면 슬슬 화를 주체하지못하고 집밖으로 뛰쳐나가던지 라떼를 벌컥벌컥 들이키던지 하게된다.

그래서 주말은 참으로 중요하다. 쌓인화를 내보내고 다시 상냥해질 준비를 해야하는것이다.

토요일에 맛사지를 받으러가다가 내표정이 너무 굳어있다는걸 느꼈는데, 길거리의 사람들을 보니 여유로운 토요일이라 그런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피어있는것 같았다.

이러면 안돼….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한강으로 뛰어갔다. 추웠지만 걸을만 했다.

뚝섬까지 걷다가 되돌아왔는데 살짝 뛰어볼까 싶었지만 방금 맛사지받은 몸은…아니 늙은 무릎이 견디질 못할것같아 런닝화를 검색하며 집에 돌아왔다.

내일이 지나면 다시 상냥해져야한다…싶어 귀찮아하는 남편을 꼬드겨 사우나를 때리고 뒷고기를 먹고들어왔다.


나는 외식을 싫어한다. 별이유없이 그냥 귀찮아서이다. 우촌숯불갈비라고 동네에 유명한 고깃집이 있는데 웨이팅이 길어보였다.

그래서 근처에 모소리에 가서 처음먹어보는 뒷고기를 먹었는데 그 조그만한 가게에 테이블이 무려 7개나 있는것이다.

뒤에 있는 어느 여성분은 계속 나에게 어깨빵을 놓았지만, 이미 마사지와 사우나로 마음이 많이 풀린나는 괜찮았다.

남편이 멜젓을 엎었지만 화내지않았다. 어느새 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므로….



AI first 라는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읽었다. 빅테크 어디서 하는 프로젝트인것 같다.

챗지피티, 제미나이, 코파일럿등 안쓰는 GPT가 없는데, 나는 이런것을 사용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신입은 더이상 취업하기어렵겠구나…AI가 다해주네…

둘째, 미래에는 일하는 사람이 별로없겠다 싶었다. 데이터센터를 짓기위한 전기기술자와 센터냉각을 위한 배관공정도가 남겠어…젠슨황 형님말이 맞는것같네…

셋째, AI는 화를 내지않는다. 계속물어보고 고쳐오라고 난리쳐도 화내지않는다.


사실 회사내에는 여러직급이 있고 하는일도 다르지만 대부분의 팀장들이 팀원에게 고쳐와라 수정해라 챌린지를 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역시도 팀의 매니저로써 많은 문서를 리뷰하고 피드백을 하는데 참 조심스럽다. 하지만 AI는 화내지않는다.

편리하지만 차갑다. 사람의 상냥함은 충분한 빈공간이 있을때 나온다. 여유있는 태도를 유지하기위해서는 내안의 공간을 확보해야하는것이다.


지난주말에 회사에서 메일을 받았다. 10주년인데 고맙다는 메일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할시간인데 그렇게 중요한 메일을 보고도 그냥 넘겼다. 왜냐면 인시던트 메일을 봤기 때문이다. 제길…

그렇게 주말을 잃어버리고 나니 상냥해야할 평일이 너무 힘이 들었다.

나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던것이다.


10주년 메일을 보고도 건조하게 아아 이러고 넘어가는 내가…어쩐지 좀 슬펐다. 뭔가 내가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이런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결국 사람에 대한 걱정만 남는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관두면 어쩌지, 불만을 가지고있지는 않을까? 나처럼 딱 되바라져서 따박따박 따지면 어쩌지 나는 따질줄만 알았지 따짐을 당하면 찌롱이가되…..등등 사람에 대한 고민거리만이 남는다. 이런 기분이 싫어서 책을 읽으려고 침대 등받이에 기대 앉았는데…아뿔싸…나는 독서등이 없는것이었다.


일요일엔 이케아에가서 독서등을 구매했다. 자 이제 책읽을 시간이다.




쿨타임이 차오르고있는것 같다. 여행을 떠날때가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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