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에서 신 선생은 올린 글에 대한 칭찬은 정말 가물에 콩 나듯 듣고, 그보다는 달리기 하면서 담아 온 풍경 사진에 대한 칭찬을 훨씬 더 많이 듣습니다. 그렇다고 신 선생이 무슨 대단한 사진 기술이 있다거나 뛰어난 미적 감각이 있어서는 아니고, 운이 좋아서 이렇게 자연이 잘 가꾸어져 있고 사계절이 아름다운 밴쿠버에서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보통 2-3주 정도 달리기를 하면서 찍어온 사진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스무 장 안팎으로 선별을 해서 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누고 싶은 사진들은 쌓여가는데 함께 올릴 글이 막히게 되면 참 난감합니다.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나 자연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달리면서 떠오르는 여러 감상들은 서로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비슷한 글들을 써왔기에 제가 봐도 식상합니다. 우짜스까...
그래서 종종 이렇게 달리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신변 잡기 하나를 스리슬쩍 같이 올리기도 합니다. 부디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하하.
최근 브런치 프로필 사진을 바꿨습니다.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거든요. 꺄악!
처음엔 그냥 게을러서 며칠 면도를 안 했는데,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왠지 더 남자다워 보이는 것 같으면서 마음에 들더군요. (으하하! 미쳤나 봐!) 그래서 한번 길러보기로 했습니다. 주말 동안 꾹 참고 있던 아내가 월요일 아침에도 면도를 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서려는 남편에게 참다못해 한마디 하더군요. “서, 설마 그러고 출근하려고?”
한국인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남자의 수염은 정말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우성이나 현빈 같은 천하의 미남들도 어쩌다 수염을 길렀을 때 매우 박한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염을 길러도 사람들이 좋게 봐주는 유명인들은 기껏 노홍철, 최민수, 류승범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말 부럽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풍성하고 진한 수염을 가지고 있고, 얼굴의 생김새도 수염과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들은 다들 개성이 강하고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이들에 반해 신 선생은 얼굴도 성격도 수염과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몸에 털도 별로 없어서 수염이 매우 빈약한 데다가, 듬성듬성 빈 곳도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전부 몇 가닥인지 셀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하.
그런데도 왜 수염을 기르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저분하고 따갑고 늙어 보여서 싫다는 아내의 지속적인 만류에도, 왜 굳이 이렇게 수염을 길러보겠다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지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해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생을 소심한 범생이로 살아온 신 선생은 관심은 있었는데 못해본 것들이 참 많거든요. 펌도 못해봤고, 염색도 못해봤고, 그 좋다는 연애도 몇 번 밖에... 쿨럭!
며칠 전, 브런치 사진 바꿀 때 카톡 프로필 사진도 바꿨더니 아내가 경악을 합니다. 하하.
다행히 아이들이 아빠 편을 들어줘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아마 딸들이었으면 엄마와 같이 반대를 했겠지요. 다행히 이 나라는 수염 기르는 남자들이 워낙 흔해서 학교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내도 이제 슬슬 포기하는 눈치예요.
신 선생의 수염 프로젝트는 아마 다음 달에 한국 방문할 때 위기가 한번 찾아올 것 같습니다. 어머니야 뭐 아들이 무슨 짓을 해도, 심지어 사자머리 오은영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타나도 무조건 멋지다 예쁘다 하실 분이시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다행히 영상통화 때 아내가 제 모습을 비추니 웃음을 빵 터뜨리시고 재미있어하셨습니다. 기대했던 친정 엄마가 남편의 수염에 대해 별다른 잔소리를 안 하시고, 오히려 어울리게 머리도 같이 길러보라는 제안을 하시니 아내가 무척 실망하더군요. 문제는 옛 친구들입니다. 분명히 다들 한 마디씩 하며 놀리고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욕지기를 섞어가며 낄낄거리고 놀려댈 친구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분량을 채웠으니 지난 3주간 달리기 하며 담아 온 밴쿠버 주택가의 모습들을 올립니다. 벚꽃이 지고난 5월의 밴쿠버는 철쭉과 영산홍이 만개하여 짙어가는 녹음과 잘 어울리며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보너스) 5월 중순의 어느 아침, 창문 밖으로 영산홍이 만개한 신 선생 교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