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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흐리지만 맑고, 어둡지만 투명한 날

by Flying Pie
(C) Flying Pie

어둡고 쌀쌀한 어느 가을 이른 아침,

맞춰둔 알람에 조금 앞서 눈이 뜨입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주방으로 향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깰까 봐 조심조심,

커피 한잔 진하게 내려 후후 불며 마십니다.

어느새 온 집안에 커피 향이 가득합니다.

아, 좋다! 한잔은 정 없으니 한잔 더 합니다.


이제 뛰러 나가야죠.

다시 옷을 갈아입고,

밤새 충전한 리코 카메라 허리에 차고

여전히 곤히 잠든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씩 들여다보고

이제 막 길이 잘 들기 시작한 러닝화끈 조여 신고

살금살금 문을 나섭니다.


나서고 보니, 아… 컬러를 생각 못했네.

하얀 운동화에 암갈색 양말,

진녹색 반바지에 파란 티셔츠,

오렌지색 러닝재킷에 하늘색 모자.

아니 뭐 이런 아방가르드가 있나.

오해는 마시길. 패션 센스가 없어서가 아니랍니다.

알뜰해서죠. 쿨럭!

아무래도 세일하는 옷과 신발들은

색상을 고를 수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뭐 괜찮습니다.

이 세상이 제 패션을 신경 쓸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 않을 테니까요.


온 하늘에 잿빛 구름 가득한데,

공기는 차고 맑고 투명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흐리지만 맑고,

어둡지만 투명한 날이라니!

한숨 한숨 폐부 깊이 들이 마신 공기가

마냥 달기만 합니다.

뇌 주름 사이로 켜켜이 쌓여가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깨끗이 씻어내는 듯합니다.


젊은 시절 너무 좋아했던 광석이 형님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쓴다고 노래를 했죠.

저는 오늘처럼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는 대신,

달리기를 하며 하늘과 호흡을 나눕니다.

카메라를 들어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을 담습니다.

그리고 감사와 소망을 담아 기도하듯 하늘에 올립니다.


(C) Flying Pie
(C) Flying Pie
(C) Flying 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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