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갑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빛과 색의 향연이
어제와 같은 듯 또 다른 모습으로
매일 아침 눈앞에 쏟아지듯 펼쳐집니다.
자연은 같은 풍경이라도 시간과 날씨에 따라
한없이 다채로운 빛의 스펙트럼을 보입니다.
같은 단풍잎도 짙은 안개나 빗속에서 보일 때와,
파란 하늘 아래 햇빛을 정면으로 받아 반짝일 때와,
뒷면으로 받아 투명하게 비칠 때가 모두 다르니까요.
넉넉한 가을의 품을 좋아합니다.
그 안에 온갖 빛깔을 담고 있지만 늘 조화롭습니다.
아직 곳곳에 남아 있는 지난 여름의 짙푸른 잎들도,
이미 생을 마치고 암갈색으로 말라 뒤틀린 채
땅에 떨어져 밟히고 있는 죽은 잎들도,
모두 함께 어우러져 그저 아름답습니다.
오늘처럼 맑고 찬 가을비가 나무에 내리면
나무의 향기가 그 비에 스며듭니다.
잘 익은 와인처럼 향기로운 그 비를 흠뻑 맞으며
붉게 물든 메이플 나무 아래를 달립니다.
Simply beautiful.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라니!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달리다 말고 멈춰 서서 한참을 넋 놓고 바라봅니다.
어느덧 눈앞에 다가온 내 인생의 가을도
이렇게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또 향기로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