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
생존위에 세워진 현대의학
이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의 현대의학적 개념은 생존과 투쟁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감염병에 근거합니다. 그리고 눈부신 발전의 결과 평균 수명 40살에서 80세까지 2배가 넘는 성과를 보였죠. 바로 과학의 발전이 이뤄낸 성과였죠.
감염병에 대한 생존을 위해서 우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나 균을 찾아내야 했고, 이에 알맞은 약을 개발하면서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질병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만들었죠.
당신의 관심사는 생존인가요? 아니면 건강인가요? 만약 당신의 관심사가 생존이라면, 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에 놓인 상태일 것입니다. 만약 당신의 관심사가 건강이라면, 목, 어깨 혹은 허리가 불편하거나 보다 쾌적한 삶을 우선시하겠죠.
이처럼 '허리가 아프다', '목이 아프다'와 같은 증상 대부분의 질병은 감염병이 아닌 근골격계질환입니다. 그리고 이 근골격계질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존이 아닌 건강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물론 생명에 지장을 주는 중대한 질병은 생존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질병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건강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합니다.
'과학'이라는 새로운 '신앙'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학적'이라는 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어떤 논문, 어떤 책에 이렇게 적혀있다고 말하는 그 순간 그 말에는 신뢰가 생겨버리죠. 문제는 '과학적 사실'이란 한 방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반대편에도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적 사실'이란 어떤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 중에서 가장 오류가 적은 것, 그것을 '과학적 사실'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즉, 과학적 사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몇몇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20세기 중반부터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륙했던 의학에는 생각보다 많은 오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해야 합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에 병원에서 손 씻기와 소독이 강조되었던 점을 보면 무엇을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더욱 흥미로운 점은 과거 치료 행태들은 나름의 이유와 사실, 그리고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나름의 '과학적 사실'과 '흥미로운 이론'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 체액설 - 혁신적인 생각과 부족한 기술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370)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는 기원전 40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세 가지 주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질병은 악령이나 귀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자연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했죠. 즉, 신앙과 의학을 분리하고자 했던, 첫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전인주의적(Holistic)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인주의란 질병뿐만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고, 인간 본래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연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 사체액설(四體液說, Humor theory)을 주장했는데, 이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네 종의 체액량이 균형을 흐트러지게 만들어 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던 이론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주장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얼마나 혁신적인가.! 무려 기원전 400년대 이야기입니다! 지금 행하고 있는 한의학, 대체의학, 기능의학 등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결을 따르는 내용입니다. 무려 2400년 전에 나왔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생각은 혁신 그 자체였죠.
문제는 당시에는 이론을 받쳐줄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질병에 노출된 사람은 귀신이나 악령 때문이 아니라 너무 과도한 음식물의 섭취로 인해 신체를 구성하는 체액이 불균형해서 아픈 것이다! 그래서 구토나 설사 혹은 피를 뽑아 이 균형을 맞추자!'
이러한 이론은 무려 19세기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구토나 설사를 유발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먹거나, 피를 너무 많이 뽑아 사망하는 부작용을 만들었고 후대에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버렸죠.
이러한 역사를 바라보면 우리는 생각해 볼만한 주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이론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방법이 없거나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이를 구현해 낸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항암치료의 시작 - '과학이라는 신앙이 만든 재앙'
수 세기 전부터 의사들은 암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항암치료'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인류가 뛰어넘어야 할 산이고, 현대의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죠.
암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 것은 19세기로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이 꽃피우던 시기 었습니다. 19세기의 분위기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탐욕과 자신감 그리고 도전 정신이 넘쳐흘렀던 시기였죠. 항암치료의 첫 도전은 1902년 퀴리 부인으로도 알려진 마리 퀴리(Marie Curie)가 라듐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라듐(Radium) : 원소번호 88반, '빛을 내다'라는 뜻의 라틴어 'Radius'에서 유래된 이름)
방사능의 특징 중 하나는 조직을 분해하고 해체한다는 점인데, 의사들은 이를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로 실제 피부암 환자에게 라듐을 피부암 부위에 가져다 댄 결과, 그동안은 파괴할 수 없었던 암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보고, 이를 암치료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라듐을 이용했다는 점이죠. 라듐은 원자력 발전 시에 사용되는 우라늄의 약 3,000배의 방사능 수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영롱한 푸릇 빛까지 발산하죠. 이런 방사능 물질을 가져다 댔으니, 암세포가 파괴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과학적 근거'로써 암치료에 직접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영롱한 빛을 내는 만병통치약으로써 라듐이 마케팅되면서 라듐 치약, 라듐 생수 등까지 다양한 건강용품으로 소개되면서 팔려나갔고, 이러한 행태는 1930년대 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행태에 과학적 근거와 사실은 암세포를 파괴했다는 것이었고, 이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오류와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결과,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냈죠.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본격적인 약계발을 실시되면서 등장한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항암제'의 등장입니다. 하지만 초기 항암제 또한 이전 독소를 사용한 것과 같이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죽였고,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암환자의 특징인 탈모와 소화장애, 면역력 저하와 감염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습니다.
이렇게 인류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과학적 사실을 찾고, 오류들을 수정해 나가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오류가 가장 적은 것 추구했고, 그렇게 그 시대의 과학적 사실은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1995년,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이 만들어지면서, 표적항암제에 대한 개념이 생겨났죠.
허리 통증 = 허리디스크?
이제는 히포크라테스와 같은 혁신적인 생각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과학 기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맹목적인 신앙적 믿음이 아닌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로써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죠.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변화한다.
두 번째, 사실은 사실일 뿐, 진리는 아니다.
이 두 가지를 대변하는 의학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바로 '허리 통증'입니다. 허리 통증은 너무나도 대중적이면서도 너무나도 편협한 사실에만 집중된 질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허리통증'이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나요?
대부분 '허리디스크'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다시 한번 더 물어보겠습니다. 허리디스크가 있으면 대부분 허리 부위에 통증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허리디스크는 크게 3단계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 디스크의 염증 및 부종 (Disc bulging)
→ 디스크의 돌출 (Disc protrusion)
→ 디스크의 파열 (Disc extrusion)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은 일반적으로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Disc degeneration)를 동반하게 되죠. 그리고 대중적으로는 이러한 여러 변화들을 통틀어 '디스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스크는 대부분 허리통증의 원인으로써 하나의 대명사가 되었죠.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오류가 없을까요? 2015년, 한 연구 논문 자료를 보시면 허리디스크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허리 통증이 없는 약 3,000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을 실시한 결과, 20대 연령의 사람들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디스크의 퇴행(disk degeneration) : 37%
→ 디스크의 염증 및 부종(disk bulge) : 30%
→ 디스크의 돌출 (disk protrusion) : 29%
통증이 없는 20대 10명 중 3~4명은 MRI상 허리 디스크 퇴행 소견을 보입니다. / 통증이 없는 50대 10명 중 8명은 MRI상 허리 디스크 퇴행 소견을 보입니다. / 통증이 없는 70대 10명 중 9명은 MRI상 허리 디스크 퇴행 소견을 보입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을 유발하나요? 또다시 묻겠습니다. 주름살은 질병인가요?
주름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지 우리는 주름살을 질병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허리디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직업과 생활양식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는 자연스러운 변화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잊어선 안 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여러 요인들은 배제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때로는 허리디스크가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만큼 실제 허리디스크가 지금 나의 허리통증을 유발하고 있는가는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가 알 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사실일 뿐이다.
정보화 시대에 살고 현재, 사람들은 얕고 넓은 지식을 선호합니다. 어떤 한 분야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통찰력을 키우기보다는 쉽고 단순한 지식을 선호하는 것이 우리에 현실이죠. 우리는 궁금한 의학 정보가 있다면,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에서 얼마든지 여러 정보들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는 것이 많을수록 쉽게 답하지 못한다."
우리들이 보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와 반대편에 서 있는 정보들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의학적 정보는 사실들은 누군가에게는 사실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거짓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란 특히 의료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란 무엇일까? 수많은 정보들 중, 내담자에게 걸맞은 사실을 적절하게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내 말이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칼 세이건(Carl Sagan, 천문학자)이 이야기했듯, 모순되는 두 가지 태도를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내용을 내담자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과학적 사실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