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에서 루덴스, 창작과 권리, 그리고 저작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일까?

유희하는 인간_호모 루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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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_(Homo Fa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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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_(Homo Sap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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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란 무엇인가?
인류_人類_(사람 인 /무리 류)
‘인류’란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영장류, 즉 지혜_智慧를 얻어 사고_思考하는, 두 발로 걷는 영장류를 인류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_人間_(사람 인 / 사이 간)
우리를 인류라고 부르는 이유는 집단을 이루어 사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무리를 이루어 사는 동물의 특징 중 하나는 ‘나’를 정의하는 것이 타인이라는 것이다. 타인이 없다면 나도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좋든, 싫든 인류는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이고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평가들이 곧, ‘나’를 정의한다. 평가에는 기준이 필요하기에 인류는 규칙과 규범을 만들었다. 이는 곧 문화를, 문화는 법과 국가를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약속들이 도덕, 규칙, 규범, 윤리, 철학 그리고 종교를 형성하면서 점차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된 인류는 인간답게, 인간은 점차 사람다워졌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순우리말인 사람은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을 갖춘 인간, 즉 욕망 위에 이성을 가진 인간을 말한다. 원초적인 욕구를 통제한 인간은 생존을 넘어 풍요의 시대를 살게 되면서 즐거움과 행복감과 같은 만족감이 필요했다. 그렇게 유희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_(Homo ludens)의 시대가 열렸다.

여기서 말하는 유희란 육체적, 정신적 창조 활동을 포함한다. 오늘날 스포츠와 게임,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SNS 그리고 문화와 예술 등 삶의 만족도와 연관된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파베르의 시대가 노동의 시대였다면, 사피엔스의 시대는 혁신의 시대였다. 노동과 혁신을 지나 자본주의 시대를 열어젖힌 인간은 더 이상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생존이 아닌 가치와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루덴스의 시대가 오늘인 것이다.

루덴스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과거,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이었던 예술이 ‘대중화’와 ‘상업화’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덕분에 오늘날 누구든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고 창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도 일어났다. 과거의 ‘예술_藝術’은 기예와 학술이 조화를 이루는, 즉 기술과 학문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지칭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_Art'은 창작 활동에 따른 성과, 즉 어떤 창작 활동이 금전적 성과와 연결될 때, 이를 예술이라 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 예술이란 미적 범위를 넘어 기술과 지식이 결합된 창작 활동이 성과와 금전으로 연결될 때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바로 성과와 금전이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는 점이다. 예술도 돈이 된다는 점에서 최근,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졌다.






베낌과 훔침 사이, 저작권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은 2009년에 이르러 저작권법이 생겨났다. 저작권법에서 정의하는 저작물은 어떤 저작자가 만든 문학, 논문, 강연, 음악, 미술 등과 같은 창작물을 말하며, 해당 저작물(창작물)의 제작자가 갖는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저작권법이라 할 수 있다.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응당 가져야 할 권리이지만 창작물과 저작권이라는 개념과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저작권법에서 설명하는 창작물은 말 그대로 독창적 고유성을 지닌 예술 작품을 말하는데, 독창성과 고유성, 그리고 예술성(지식, 기예, 성과)과 같은 성질과 특성이 있어야 하며, 해당 창작물이 구체적인 매체에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저작권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주의할 점은 단순 사실, 사실을 재구성한 것, 그리고 사상 혹은 주체 등의 내용은 ‘고유성’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과 구체적인 매체에 기록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 또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고유성을 갖춘 창작물이 구체적인 기록을 통해 증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저작권법에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그 유명한 저작권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문제는 저작권 침해를 증명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저작권침해는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나의 저작물과의 유사성이 인정되어야만 저작권을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일반인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 모두 구별할 수 있어야 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최대한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차감법과 종합법,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구분한다.


1. 차감법
저작권이 없는 부분들을 제거한 후 다툼이 있는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존재하는지 판별하는 방법

2. 종합법
전체적인 개념과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저작물의 구성요소들을 그대로 둔 채 전체적으로 볼 때에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별하는 방법


법적 제도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유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창작물, 침해를 증명할 수 있는 기준들이 명확한 구분점을 세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모방과 참고, 표절과 침해를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모방과 인용, 침해와 표절을 구분하는 용어와 표현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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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클리셰_Cliche_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진부해진 표현이나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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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패러디_Parody_ 기존 작품을 모방하거나 풍자하여 희화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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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오마주_Hommage_ 특정 작품이나 예술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그들의 작품을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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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모티브_Motive_ 작품의 영감을 준 아이디어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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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모방_Limitation_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스타일을 본떠 따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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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표절_Plagiarism_ 타인의 작품을 무단으로 베껴 자신의 것처럼 발표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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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점을 말이다. 실제로 완전히 새로운 음악, 영화, 문학은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다. 어떤 이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창작자는 없으며, 모방이 없다면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견은 저작권의 엄격한 기준이 오히려 새로운 창작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때문에 위처럼 패러디, 오마주, 모티브와 같은 형식으로 기꺼이 허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인간적인, 루덴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기준이 있다. 바로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다는 점이다.

원장작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태도가 녹아있을 때. 우리는 이를 오마주로 즐길 수 있다.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추억을 되새겨 줄 때. 우리는 이를 패러디로 바라볼 수 있다.

표절과 침해는 자기 것으로 속이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저작권자의 존중과 배려는 물론 즐거움을 선물하지도 않는 사람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어떤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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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쓰는 데는 열 권의 책과, 스무 배의 사색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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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한 브런치 북만 10,500편에 달했다. 그들의 글에도 수많은 인용과 침해, 그리고 사색이 녹아있을 것이다.

모방의 본질은 ‘본뜸’, 그리고 ‘본받음’이란 뜻이다. 나의 뮤즈가 되어준 창작자들에 대한 존중에서 모방은 시작한다. 나아가 모방에서 참고, 참고에서 나의 것으로 점차 거듭나는 것이 의미와 가치를 좇는 루덴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