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것이 능력이 되었다
어제 나를 인터뷰하러 오신 작가님에게 물었다
“정말 생생하게 기억하는 순간이 있나요?”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내가 먼저 그런 경험이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로라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스웨덴 북부 끝 키루나라는 곳이었죠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눈이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설산을 오르고 구르고, 함께 간 친구들과 손을 부둥켜 잡고 끌어주며, 저 아득한 거뭇한 세상으로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바람은 차고 털모자와 목도리고 무장을 하고 눈만 빼꼼 내밀었다. 귀에는 웅웅 거리는 바람소리와 얕은 빛줄기 하나 없는 정막 속에서 걷고 또 걷는 그 시간.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으나 뜨나 별다른 차이 없는흑색의 시야.
어둠이 무겁게 내 어깨를 짓누른 것 같고, 먹먹하게 숨이 쉬어지는 그 답답함. 회색의 푸르스름한 하늘과 깊고 뭇뭇한 회색의 설원, 그 두 수평선이 맞닿는 기다란 가로선을 멍하니 바라곤 했다. 눈밭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눈을 살포시 감고 바람들 느끼면 그리도 차가운 곳에서 졸음이 쏟아진다. 코끝으로 스쳐가는 날카롭게 찬 칼바람, 내 등뒤로 푹신하게 쌓인 소복한 눈.
공기의 냄새는 춥다.
이 기억은 나에게 평생토록 기억될 생생한 순간이다.
너무나도 어두워 사진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정말 칠흑 같은 어둠 속 먹먹한 숨쉬기.
이때의 난 주섬주섬 사진기를 찾던 내 손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그 순간의 감각을 몸의 감각으로 기억 속에 담기 시작했다.
요즘 우리는 기억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기억하고자 하는 순간에 사진기로 찰칵. 아주 플렛한, 혹은 만져지지도 않는 데이터로 저장한다. 저장하면 우리는 안도한다. 그 순간을 담아냈음에 안도한다.
기억하는 것은 원래 자연스러운 감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기억하고자 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억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