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김건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슈프림팀&영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B1 pW4heyu0? si=HwC8 nxUwCfsD3 lE_
정말 답답해 왜 이런 건지
그땐 그땐 그땐 좋았었는데
정말 비참해 내 앞에 너를
그땐 그땐 그땐 사랑했는데
- 슈프림팀&영준의 <그땐 그땐 그땐> 가사 중 -
슈프림팀은 2009년 데뷔했습니다. 2인조 래퍼로 구성된 힙합 듀오입니다. 사이먼 도미닉과 이센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2013년까지 짧은 기간 활동했지만 나름 임팩트는 있었던 팀입니다. 첫출발은 2007년 비보이 뮤지컬 B-Show에 서서였죠. 다른 팀의 팀명이었는데 그 팀이 해체되면서 허락을 받고 그룹명을 받았다고 하네요.
데뷔전까지 언더에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았고요. 실력도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며 정식 데뷔했죠. 그리고 다음 해인 2010년 1집을 발매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영준과 작곡가 김건우와 함께 만든 컬래버레이션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이 노래로 각종 시상식에서 힙합 부분 대상을 다 차지하게 되었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2011년에는 각자 솔로 작업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이센스의 건강 문제로 인해 사이먼 도미닉의 앨범만 나오게 되죠. 이후 건강을 회복한 이센스의 솔로곡이 나옵니다.
2013년 두 사람이 결별을 선언하며 팀이 해체됩니다. 두 사람 모두 데뷔 이후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대중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전개했습니다. 입담도 있었고요. 국내 멤버로만 구성된 힙합팀으로 치열한 가요계에서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까지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그땐 그땐 그땐>입니다. 과거의 어느 시점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때를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내가 잘못했어 그 지겨운 말/ 억지로 널 붙잡고 흐느껴온 날/ 내 진심을 다 알아버렸어/ 그런 순간들을 모면하는 법까지 연기일 수밖에/ 물론 넌 그런 나를 알고 있었기에/ 얼굴 붉히는 일 없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라고 단정하며/ 오히려 차분하게 날 떠났어/ 그땐 지쳐 있었어/ 나의 너를 안아주기엔 자격조차 없었거든/ 사랑보단 안정감이 더 커서/ 마음만 아슬하게 걸쳐 있었을 뿐/ 아름다운 너에게 난 상처가 되기 싫었어/ 나쁜 놈으로 남긴 싫었어/ 끝내는 되돌릴 방법 하나/ 생각 못하고 너를 그냥 보냈잖아' 부분입니다.
이별의 순간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이별의 이유를 제공한 당사자였습니다. 변심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걸 상대는 알아버리고 떠나버렸죠. 둘의 관계는 '마음만 아슬하게 걸쳐 있을 뿐'이라는 가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너무 무력했던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죠.
'깨끗이 잊는 법, 상처 다 아문 척/ 이제는 진짜 새로운 만남/ 시작해도 되는 때라고 말은 한다만 내 맘 같지 않아/ 어차피 사랑이란 게 다 애들 장난 같은 거라 말하며 날 억지로 위로해/ 그래, 이 꼴엔 그런 구차함도 필요해/ 똑같은 곳에서 일하고/ 똑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예전과 다를 것 없이 지내지만/ 딱 한 가지가 다르지/ 더 그럴듯한 변명 거리나/ 날 미치도록 몰두하게 할/ 일들이 뭐가 있을까/ 어떻게 텅 비어 버린 날 채울까' 부분입니다.
화자는 이별 후 괜찮은 척하지만 속은 전혀 딴판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사랑을 외면해도 봅니다.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무언가 텅 빈, 공허함을 느끼고 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나를 녹여주던 너의 그 눈물도/ 이젠 내 맘을 얼게 하네/ 빛을 담고 있던 너의 그 미소도/ 졸린 내 눈에 가려지네/ 정말 답답해 왜 이런 건지/ 그땐 그땐 그땐 좋았었는데/ 정말 비참해 너와 나 정말/ 그땐 그땐 그땐 사랑했는데' 부분입니다. 화자는 시간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좋았던 것이 싫어하는 것이 이 되는 반전을 경험하고 있죠. 한 때는 모든 게 술술 풀렸지만 지금은 어딘가가 꽉 막힌 듯한 기분이 들죠.
'내가 똑바로 서 있지 못하거나/ 불안한 모습 보인다거나/ 그럴 땐 누가 날 안아줄지/ 그땐 누가 날 안아줄지/
비틀비틀비틀 시간은 흐르고/ 빛바랜 꿈은 지워지고/ 빙글빙글빙글 내 맘은 겉돌고/ 사랑한 날은 멀어져 가고/... 견뎌내는 것도 널 지우는 것도/ 후회하는 것도 변한 게 하나 없어' 부분입니다.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사라지고 화자의 마음은 둘 곳 없어 방황합니다. 이별을 한 후에도 그 자리를 쉬이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죠.
음. 오늘은 가사 중 '날 미치도록 몰두하게 할/ 일들이 뭐가 있을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말합니다. 이별 후에 똑같은 곳에서 일하고 똑같은 침대에서 잡을 자고 예전과 다를 것이 없이 지내지만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몰두할 일이 사라진 것이라고요.
우리 인생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짧으면 짧고 길면 길죠. 같은 일은 반복하는 행위를 빼면 짧은 듯하고 그 역으로 생각하면 꽤나 길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이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냥 사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재미나 흥미가 있어야 한다고요.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은 반복되는 일상이나 행위마저도 꽤나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 줍니다.
매일 밥 먹고 자는 일처럼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하는 일도 누군가와 함께 하면 전혀 새로운 일이 되어 버리는 마법 같은 일이 생기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등굣길이나 출근길도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발거음이 왠지 모르게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진짜 사랑을 하게 되면 지루할 틈이 없죠. 곁에 있는 누군가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고 몸이 떨어져 있어도 만날 생각에 혹은 같이 무언가를 할 생각에 머릿속이 바삐 움직입니다. 너무 지나쳐서 그동안 아무 문제없었던 일상이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요.
그러나 우린 사는 동안 매번 짙은 사랑을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사랑의 속성 역시 길어야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죠. 물론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젊을 때, 결혼하기 전일 때나 가능한 일이지 지속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랑이 빠진 자리는 늘 허전합니다. 우리 인생 전체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시간 강렬한 감정과 추억을 선사하고 내빼는 탓에 그 허함을 감당하기가 쉽진 않죠. 사랑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미치도록 몰두하다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면 현기증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멍한 상태가 되어 버리죠.
우리의 몸은 너무도 정직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써 버리면 그 후에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사랑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죠. 사랑을 할 때는 있는 에너지는 물론 없는 에너지까지 끌어다 쓰면서도 감정의 약에 취해 에너지가 화수분처럼 샘솟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자신의 평소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후과는 반드시 나타나게 되죠. 그래서 세상사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마음의 진폭이 줄어드는 형태로 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에너지를 골고루 나누어 쓸 줄 아는 삶의 지혜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사랑이 끝나버리면 사랑에 투입하던 에너지는 더 이상 쓸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사랑이 끝났는데도 떠나버린 사랑에 에너지를 계속 투입하다간 스스로를 망가뜨리게 되죠. 에너지 준위가 높았다가 낮아지는 과정은 우리에겐 불쾌한 경험입니다. 그 반대의 기쁨만큼 말이죠.
시간의 힘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조금 가능해졌다면 우리는 사랑에 투입하던 에너지를 일상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만큼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누군가는 그것이 일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운동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취미가 그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결이 흩어진 자리에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놓을 수도 있고 사물과의 연결을 놓을 수도 있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과의 연결은 처음에는 강렬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연결성은 약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그 대안제로 사물과의 연결을 시도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이 없어진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랑이 없어진 후에 삶에서 재미나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밋밋했던 삶에 사랑이 찾아왔다가 사라지고 다시 밋밋한 삶으로 돌아가면 절망에 빠지기 쉽죠. 이성과의 사랑이 없어도 재미나 흥미를 느끼는 일을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자. 여러분들은 이성과의 사랑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의 인생에서 재미나 흥미를 느끼는 일을 곁에 두고 있으신가요? 사랑은 자신의 삶을 이전보다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지, 그것이 있고 없고 가 극과 극의 세계로 나아가서는 곤란합니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함께 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처럼요.
살면서 나 자신을 몰입하거나 몰두하게 하는 것, 그것은 반드시 찾아서 곁에 두어야겠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가사실종사건>을 하다 보면 예전에 다뤘던 노래가 갑자기 조회수가 많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곤 합니다. TV에서 특정 가수가 그 노래를 커버했을 때 그런 일이 종종 있더라고요. 오늘은 DK가 부른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라는 노래가 그랬습니다. 이럴 때 저는 브런치 하는 맛을 느끼죠. 하하하. 노래를 들으며 작사가나 작곡가의 마음을 읽는 일이 저에겐 미치도록 몰두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