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분침이 느리게 이동 중입니다.
바라보면 거북이보다 한참 느린 것이 한 눈 판 사이에 아침을 건너버립니다.
고지에 깃발을 꽂고 나를 조롱하는 듯합니다.
사고는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지만 그 예기치 않는 사고의 빈도가 잦다면 다시 성찰해 봐야 할 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내 잘못이 하나도 없는 경우인데도 말입니다.
일주일 전 어느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
부산에서 순천까지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따뜻한 봄날 오후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자 생각하고 서서히 진영휴게소로 들어섰습니다.
내 차를 앞서 가는 차가 흰색 스포츠 뉴 코란도입니다.
그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며 주차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앞차가 정지를 합니다.
저도 멈춰 섰지요.
곧 출발하겠지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순간 앞차가 움직입니다.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후진을 해옵니다.
어~어~
순간 당황해서 몸이 경직되었고 나는 그대로 받히고 말았습니다.
뒷 차가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있는가요.
주차를 하려고 그랬다는데 운전자는 내리자마자 제게 화부터 냅니다.
왜 클랙슨을 안 눌렀냐고
제가 일부러 안 눌렀나요. 당황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정차한 앞차와의 거리는 아주 짧아서 누를 시간조차 없었는데도~
아저씨 근데 왜 화를 내세요?
제 한 마디에 그제야 말씀을 멈추시네요.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저더러 가만있으라네요.
지인들 말 종합해 보니 경찰에 신고하고 보험회사에도 연락을 했어야 한답니다. 음주운전을 했을지도 모른다며
전 당황해서 대물만 처리하라 했고 몸은 괜찮다고 했지요.
차 범퍼 보닛 다 망가지고 수리비가 600만 원이 가까이 나왔는데도 말이죠.
첨엔 괜찮은 듯했어요.
보험회사에 사진을 보내고 보상받을 수 있느냐 했더니 전화가 바로 왔습니다.
이 정도면 다치셨겠는데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모르니 대인도 처리해 달라하세요.
그래서 보험사 덕분에 대인까지 처리가 되었지요.
레커로 차를 견인했어야 하는데도 몇 시간을 진정시킨 후 제가 끌고 왔습니다.
센서가 고장 나 차에선 계속 삐 ~~ 소리가 우렁찼는데도 위험한 짓을 한 거예요.
괜히 사고 차주에게 미안해서였어요.
100% 상대과실인데 왜 내가 하필 뒤에 있어서는
또 클랙슨을 재빨리 누르지 않은 미안함.
몇 해 전 고속도로 정체구간에서 뒤차가 받았을 때도 제 차 범퍼가 깨졌고 운전자가 병원 가보라고 했는데도 전 괜찮다고 차만 고친 적이 있습니다.
차에 작은 흠집만 나도 병원에 드러눕는 사람들이 많다 합니다.
무조건 입원을 해야 보상이 나오니 나이롱환자들이 생겨나는 이유입니다.
다들 저를 나무랍니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 듯해도 시간이 가면 안 좋을 수 있으니 입원을 해야 한다 엄포?를 놓습니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정말 온몸이 몸살처럼 아프더군요. 당황해서 첫날은 몰랐었는데 두통까지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입원을 했습니다.
간단한 X-ray 찍고 골절 없음 확인하고 물리치료받고 있습니다.
죽을 뻔했던 10년 전 교통사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때도 고속도로에서 뒤쪽 운전자가 과속하다 들이받아 터널 안에서 2중 충돌로 죽을 뻔 했었지요.
차는 폐차되고 쇄골과 갈비뼈 여러 군데 금이 가서 한 달 입원을 했던 사고입니다.
늘 아슬아슬한 생입니다.
좀 괜찮다 싶으면 어김없이 사건이 터지고 사고가 나고
평범하지 않는 생이 글 소재가 많은 법이지요.
그래서 글로 표현하고 싶은데 멍 때리고 있을 때가 많아요.
누구처럼 저절로 써지는 손가락 기적이나 주실 것이지~
시계는 몇 바퀴를 돌고 돌았는데 여전히 고독합니다.
바라보면 죽은 듯이 멈춰있습니다.
저도 죽은 듯이 병실에 누워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