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셋째 주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녹지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꽃샘추위에 아침저녁으로 쌀쌀했던 날들이었습니다. 간혹 비도 오고요. 하루에도 잔뜩 흐렸다가 동화 속 봄날처럼 맑아지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고 그래서 다채로운 날들이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다빈치 캠퍼스에도 녹지가 배부 되었습니다. 이제 안성에서도 편하게 만나보실 수 있어요!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벚꽃은 진작에 져버리고 여름이 훅 다가오는 듯한 이제서야 중간고사가 도래했습니다. 목요일부터 시작인데… 긴장되네요. 다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녹지는 지금 저 화창한 날씨처럼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험기간이기에 세미나는 잠시 쉬어가고 있는 관계로 3월에 했던 세미나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3월에 진행한 세미나의 큰 틀은 ‘지난 녹지 다시 읽기’입니다. 지난 녹지 안에 어떤 글이 있었는지 함께 읽어보고 지금의 녹지를 구성하는 우리는 여성주의 교지 편집위로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습니다. 학내, 정치, 젠더, 여성운동을 주제로 한 녹지 글들을 모아 각각을 주제로 총 4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는 ‘여성과 정치’를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입니다.
이 세미나에서 읽은 텍스트는 녹지 25호의 「선거시기에 여성들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가」 (박세현, 1992)와 녹지 51번째 가을호의 「정치와 여성: 할당제, 대표성, 정치세력화」 (권수현, 2017)입니다.
작년에 있었던 20대 대선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대선 뉴스를 보고 있으면 20대, 비혼, 여성으로서의 삶 같은 건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지방선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우리에게 정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20대 비혼 여성으로서의 정치세력화를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성비는 반반임에도 여성의 존재는 희미해 거의 보이지 않는 정치판에서 어떻게 여성의 존재를 뚜렷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선거시기에 여성들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가」(박세현, 1992)에서는 지나치게 개별화되어 있는 여성대중의 요구와 그런 요구들을 하나로 집약해 내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그럼에도 여성대중이 하나의 일반적인 요구 앞으로 모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여성대중이 어떤 정치적 경험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정치의식을 획득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글은 1990년대에 쓰인 글이지만, 상당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선거시기에 여성유권자들의 표가 경시되는 상황과 여성들이 오직 ‘여성’을 이유로 결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었습니다.
여성 정치인의 절대적인 숫자부터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일단 정치 성향을 떠나 여성 정치인이 존재하는 것에서부터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부터 오랜 기간 정치를 해온 여성 정치인들이 거듭 중요한 시기에 배제되는 상황, 불리한 지역에만 여성 후보를 내보내는 것 등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여자’를 뽑고 싶은 여자들이 뽑을 여자가 없다는 것, 또한 여성들도 투표에서 여성의 이권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경제 등 다른 요인을 먼저 고려한다는 문제의식도 공유했습니다. “여자들이 아무것도 상관 없이 오직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결집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여성들이 세대별로, 계층별로 요구하는 것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여성 표가 세력화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돌아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여성들이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앞세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데, 과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나라면 정당과 개인의 신념에 상관 없이 여성 정치인을 지지해 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눴습니다.
또한 「정치와 여성: 할당제, 대표성, 정치세력화」(권수현, 2017)을 읽으며 여성할당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글에서는 할당제의 역할과 필요성, 효과에 대해 말합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할당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당제를 비판하는 의견들만 보면 모든 곳에서 여성할당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여성할당제로 명명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양성평등 채용목표제에 의한 채용에서는 오히려 남성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현실입니다. 즉, 제도적 차원에서의 여성할당제는 없다는 것이죠. 이런 현실을 공유하며 없는 것에 대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들에 대한 의문도 생겼습니다. 현실 공유에서 더 나아가 정치계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가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다시 정치로 돌아와 여성으로서의 대표성을 가진 여성 정치인의 부재, 여초 직군과 남초 직군에서의 남성/여성의 진입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번 주 녹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이 편지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녹지와 나눠주세요.
녹지 드림.
추신,
녹지의 57번째 봄호 독자간담회 신청기간입니다. 녹지의 독자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오셔서 녹지에 관한 생각을 함께 나눠주세요. 4월 30일까지 신청받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신청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