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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지 Apr 30. 2023

[검은 창 너머의 세계] 시청자가 완성하는 여성혐오

드라마 <더글로리>


우리나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작년 12월, 올해 3월에 나눠 공개된 더 글로리 역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 공개되며 아시아권 1위, 세계 5위를 차지한 것부터, 비영어 TV 부문에서 시청률 5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일명 K-콘텐츠가 사랑을 받으면서 넷플릭스는 4년간 3조 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지금 우리 학교는’과 ‘오징어 게임’과 달리 여성 주연과 여성 조연이 빛나는 더 글로리에 대해 쓰고자 한다. 


더 글로리를 보면서 느낀 점은 “통쾌하다”였다. 문동은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본인의 상처를 자양분 삼아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스토리라는 점에서 통쾌하다는 감상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해자 중 3명이 여성이었고, 문동은을 돕는 이모님(강현남) 또한 여성이다.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대립하는 모습이 솔직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나오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유의 폭력성 또한 여성에게 향했기 때문에 불쾌한 부분들도 많았다. 전재준과 손명오의 문동은을 향한 성희롱, 전재준과 박연진의 관계, 가해자 사이에서 최혜정에 대한 취급, 강현남의 가정폭력 피해 등 폭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여성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장면에서 더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여성을 향한 폭력이 남성을 향한 폭력과 다르기 때문이다. 성희롱, 성관계, 과한 노출, 성형수술, 성관계 영상, 가정폭력 등 크고 작은 피해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불쾌한 것은 최혜정이라는 캐릭터일 것이다. 성형수술로 얼굴, 가슴 등을 고치고, 부자 남성과의 결혼이 목표인 사람이다. 또한 과한 노출, 심지어 상의 탈의까지, 캐릭터가 가진 혐오적인 부분들이 넷플릭스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더해지며 여성혐오를 완성한다. 가슴이 배우의 것인지 아닌지를 논하며 영상을 퍼 나르고 크레딧을 뒤지고 대역을 썼다는 것을 알아내고 배우에게 직접 질문이 닿게 한다. 


게다가 여성 가해자들의 파멸 또한 여성을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손명오와 전재준은 비교적 “죽는다”라는 단순한 방법으로 파멸로 갔지만, 박연진, 이사라, 최혜정은 모두 죽지 않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게 한다. 심지어 이사라는 성관계 영상을 유포 당하고, 마약 흡입 후 환각속에서 성관계하는 것을 교회 신도들이 보고 그 영상까지 유포 당하였다. 최혜정은 목소리와 자신의 목표였던 부자와의 결혼을 실패하고, 박연진은 엄마와 남편과 딸에게까지 버림받고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멜로드라마의 대명사인 김은숙 작가가 여성을 신데렐라로만 그리지 않고 장르물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은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일이다. 하지만 문동은과 주여정의 로맨스를 버리지 못하고, 복수의 과정에서 여성혐오가 빠지지 않는 것까지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과 여자 조연상, 그리고 TV 드라마 작품상까지 여성의 이야기로 작품상과 연기상까지 받은 훌륭한 여성 서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글 여과


참고문헌 


박정선, “넷플릭스 "4년간 3조원 이상 한국 콘텐트 투자", JTBC 뉴스,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2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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