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지 May 14. 2023

[위클리 녹지] #4

5월 둘째 주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도 전에 여름이 불쑥 다가와버린 요즘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순간은 흐릿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존재하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놓지 못하는 기억들도 존재합니다. 그런 일들을 계속 기록하고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 연합(이하 중페연)에서는 지난 4월 4.16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중앙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는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합동 간담회’>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두 번의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슷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5월 17일에는 강남역 7주기 추모행동이 진행됩니다. <누구도 우리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에 중페연은 공동주최 단위로 참가합니다. 5월 20일에 진행되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집회에도 중페연 이름으로 참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페연에서는 다양한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지 또한 중페연의 일원으로서 함께 연대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녹지와 중페연의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녹지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cau_nocji), 중페연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femi_in_cau)를 확인해 주세요. 


그럼 세미나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여성파산」(매일경제신문사, 2017)의 네 번째 장 ‘비정규직이라는 악순환’을 읽으며 함께 논의했습니다. 가정에서의 위계, 기혼여성, 비혼여성, 고용 형태, 여성의 노동환경 등 다양한 구조적 요인을 다루며 왜 여성들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지 통계와 인터뷰를 통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여성들이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 유입되기 쉬운 이유와 대졸 여성도 이 현상에서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현실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첫번째 논의꼭지

우리나라 사회에서 조명되지 않는 20대 대졸 여성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이야기해보자.   


1. 고학력 워킹푸어

높은 학력과 전문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여성들은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별 직종분리로 인해 임금격차가 발생하며 생기는 문제인데, 정규교육이 요구되는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주로 일하는 핑크 칼라 직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 되는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여성이 동일한 자격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점수를 조작하는 등 직접적인 차별이나 간접적인 성차별이 채용시장에 존재합니다. 또한 여성은 성희롱이나 육아휴직제도 등 남성에 비해 직장을 선택할 때 실질적인 위험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하며 안정성을 찾아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더욱 좁아집니다. 여초업계에 대한 임금 저평가 문제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안정성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2. 관제 워킹푸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성들은 사회적 구조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무원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남자는 일반직공무원(28.9%), 일반기업체(28.1%), 기능 분야 자격증 및 기타(16.6%) 순으로 공무원과 일반기업을 준비하는 비율이 비슷한데, 여자는 일반직공무원(31.0%), 기능 분야 자격증 및 기타(21.2%), 일반기업체(18.7%) 순으로 여성이 공무원을 준비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직무에서도 여성이 사회⋅봉사부처나 민원적 근무에 자의적⋅타의로 배치되는 핑크컬러게토(Pink Collar Ghetto)가 존재합니다. 또한 여성들이 집중된 업무나 부서가 앞으로 하청의 형태로 용역업체에 이관되거나 무인 서비스 또는 AI 서비스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미 비정규직 사서, 기간제 교사 등 국가 행정기관에서 일하지만, 고용 안정성까지 잃어버린 워킹푸어 직업이 여초 직업에서 나타나고 있고 현 정부에서 공무원 정원 동결을 선언하는 등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하며 함께 고민했습니다.  



두번째 논의꼭지

우리나라 저학력 여성의 노동 현실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며 노동과 채용시장의 문제는 대졸자를 기준으로 대변되어 고졸이나 중퇴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노동자의 현실이 배제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고졸 채용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자 특성화고에서 기업과 연계해 채용하는 제도가 있으나 87%가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점과, 부모의 소득 및 자산 수준이 대학 진학에 영향을 준다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여성이 소외되는 현상에 대해 고려해 보게 되었습니다. 고졸 여성은 혼자 헤쳐 나가며 구직해야 하고, 평균적으로 낮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빈곤에 처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있더라도 4년의 대학 생활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비 등의 기회비용은 저소득층에게 더욱 부담으로 와닿는 현실이기에 학력을 근거로 비정규직의 굴레로 빠뜨리는 구조는 폭력적이라는 이야기를 했으며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해서 끝까지 비정규직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 세상이 아니라 경험을 발판으로 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 해결책을 생각해 봤습니다. 


카도쿠라 다카시(2008)는 열심히 일해도 생활보호 수준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워킹푸어로 정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성별 임금격차가 큰 편이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특히 심각합니다. 모두가 안정적인 삶을 위해 대학에 진학해 취업을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에 속하지 않는다면, 성별 임금격차를 피해가지 못한다면, 여성의 경우 취업을 했어도 성희롱이나 고강도의 노동환경을 겪고 이탈된다면 비정규직의 굴레로 떨어져 워킹푸어가 되는 사회적 구조입니다.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편집위원들의 한마디


A: 노동시장의 구조가 어떻게 여성을 밀어내고 여성을 경제적 위기에 밀어 넣는지 알 수 있었다. 여성들이 워킹푸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더욱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B: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돈을 가진 자만이 인간다운 품위를 지킬 수 있다. 이런 체제 속의 20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안개 속을 걷는 일 같다. 꽁꽁 숨겨진 성별 계급제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 숨쉬며 일할 수 있을까? 


C: 여성이 많이 선택하는 일자리(교사, 공무원, 간호사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여성이 사회적으로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길러지고, 왜 사회는 그 선택을 하게 하는지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성비 좋게 적당히 번지르르한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사회가 여성에게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모들은 간호사와 교사가 되었고, 조부모가 가장 신경 쓰지 않던 엄마는 상경계열을 전공하였다. 이모들은 전업주부와 계약직이 되었고, 직업인보다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사회는 여전히 부모세대의 생각에서 머물고 여성에게 주어진 직업, 주어지지 않은 직업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좋지 않은 결과를 만나게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자. 그러다 보면 바뀔 지도.  


D: 누구에게나 취업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성차별이 존재하는 이상 여성에게 더욱 차가운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채용 차별, 여초직종 임금 불평등,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 등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 문제는 너무 많은데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주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녹지 드림.



참고문헌

공직사회의 성별직무분리 현상에 관한 새로운 접근: 핑크컬러게토(Pink Collar Ghetto)의규명 

https://s-space.snu.ac.kr/handle/10371/146819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22.8)결과-

http://www.klsi.org/bbs/board.php?&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https://kostat.go.kr/board.es?&&tag=&&&ref_bid= 

작가의 이전글 [검은 창 너머의 세계] 마녀의 계보를  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