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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지 Jun 08. 2023

[위클리 녹지] #7

2023년 6월 둘째 주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녹지입니다.


6월이 왔다며 올해도 절반이 다 지나가난구나,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눈 감았다 뜨니 6월도 중순으로 향해가는 게 시간이 정말 빠르게만 느껴집니다. 눈 한 번 더 감았다 뜨면 정말로 올해의 절반이 지나있을 것 같아요. 맑았다가, 비가 왔다가,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가, 해가 쨍쨍했다가,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는데 다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번주 세미나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레이디 크레딧: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현실문화, 2020)의 2장 <‘부채 관계’의 탄생과 부채의 전략>을 읽으며 함께 논의했습니다. 레이디 크레딧 2장은 성매매 산업이 고리대를 이용한 부채 관계를 통해 여성을 어떻게 착취의 현장에 얽매이게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할달량 또는 선불금이라고 명명되는 빚에서부터 시작되는 불법 지대의 노동 현장은 업주가 온갖 구실을 이용해 여성들의 채무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게 하고, 이렇게 증대된 부채액은 다시 위험부담이라는 명목으로 여성에게 더욱 거대한 빚을 안길 구실이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살아있는 빚더미로 물화되어버린 여성은 자신을 도덕적 가해자로 프레이밍 하게 되고, 자의나 타의 여부와 상관없이 국제적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며, 그 존재는 단지 자본의 흐름에이끌려 가는 상품으로서의 몸으로만 취급받게 됩니다.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성판매 여성들의 선택이 정말로 자의적인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자의적 성판매와 타의적 성판매를 구분하고 전자에 해당된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부여하는 현실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남성에 비해 턱없이 미비한 사회경제적 안전망으로 인해 안전 비용을 더 많이 치러야하는 여성들은, 직접 강요받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성판매를 자연스럽게 안정적 소득을 위한 유효 대안 중 하나로 여기게 됩니다. 더욱이 경제적, 사회적 권리가 크게 제한되고,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받기 힘든 상태에 처해 있는 청소년 여성들에게 이는 특히나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2015년 국제앰네스티의 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 채택과 뉴질랜드의 법제화 사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성매매 산업의 착취 구조가 단순히 불법적 성매매 산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노동력이라는 허구적 상품으로 치환하고 합법이라는 명목 하에 일상적인 노동착취를괄시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근본적 폐단과 연관되어 있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편집위원들의 한마디 


A: 성매매 산업이 자본주의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성구매자와 알선자가 생겨나는 사회 구조와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B: 성매매의 구조적 불합리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성 판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성매매 비범죄화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비범죄화를 통해사회적 낙인을 지워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성 판매 여성이 무력한 미성년자 때 유입되기 때문에 일단 먼저 논의되어야 하는 건 미성년자 성매매 근절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 여성들이 누구나 그렇듯 성매매 이외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자유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건설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C: 성매매와 관련한 논제는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가장 큰 의견 차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이 이야기를 계속 하다 보면 결국 불평등한 세계 속을 사는 한개인이 내린 선택이 얼마나 자의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의 문제까지 가닿게 된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을 깨닫는 순간 성녀와 창녀,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가 무너지며, 한 개인만이 품고 있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세계가 되고 우주가 된다. 이것이 성매매 문제를 단지 외부적인 틀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직접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다.  


D: 얕게 알고 있었던 성매매 산업이 돌아가는 구조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성매매 산업이 불법임에도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은 판매자나 소비자에게만 책임이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매매라는 선택으로 몰고 가는 사회와 잘못됨을 깨달아도 빠져나올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과 생활비에 대한 정산 등 모두 가리는 구조는 성판매를 단단하게 고정한다. 비범죄화, 불법화, 합법화 중 어떤 것이 우리 사회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떠한 법적인 선택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이다. 


E: 성매매 산업이 어떻게 여성들을 끌어들이고, 그 구조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지, 그리고 여성 스스로 도덕적 채무감을 느끼게 만드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매우 악랄하게 체계적이고 불합리한 구조가 ‘산업’ 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고 반복되고 있음에 화가 났다. 여성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립되었을 때 생존의 수단으로 성매매가 아닌 다른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주에 전해드릴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주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녹지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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