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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지 Apr 11. 2024

[위클리 녹지] #8

4월 둘째 주

앞으로 위클리 녹지는 녹지의 세미나 발제문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개편됩니다! 발제에 사용한 저서나 발제문과 논의꼭지를 읽어보시고 생각해보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신박진영,『성매매, 상식의 블랙홀(2020)』

4장 상품이 된 여성들


성매매 여성들의 노동은 ‘초이스’에서부터 시작된다. ‘초이스’를 받기 위한 꾸밈노동은 일명 ‘VIP’를 상대하는 텐프로라면 더 심해진다. 이러한 꾸밈노동을 하지 않으면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며, 손님의 ‘초이스’를 받지 못하고 동료들마저 무시당하게 된다는 압박이다. 성매매 여성에게 꾸밈노동은 경쟁심보다는 생존의 문제다.  


“이 시장에서 완벽한 상품은 없다. 성형과 다이어트 약, 우울증과 불면증은 그들이 하는 ‘일’의 본질을 보여준다.” (p.139) 


꾸밈노동은 성매매 여성의 상품가치와 성매매 산업의 기둥이다. 성구매자는 성매매 여성을 ‘년’이라 부르며 개별성 없이 상품으로 취급한다. 상품으로 취급되는 여성들은 더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다이어트 보조제와 성형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여성에게 우울증과 불면증, PTSD 등 정신질환과 건강악화를 가져온다.  


이것을 단순히 클라이언트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고생을 한 노동자로 볼 수 있을까. 감정노동을 넘어 신체노동, 그리고 상품가치를 올리기 위한 끝없는 자기검열까지. 성매매 여성이 감내해야하는 노동은 단순히 성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이 감내해야하는 것은 여기서 끝이 나지 않는다. 꾸밈노동 비용과 숙식 등의 탈을 쓴 선불금과 사채는 여성을 성매매라는 감옥에서 나갈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2차를 부르고, 2차는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성행위라도 감내해야하는 성매매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한다.  


성매매 여성에게 성폭력은 무엇인가. 누군가는 성매매를 ‘페이강간’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대가를 충분히 받지 않은 성매매를 성폭력이라고 부른다. 정조를 지키지 않은 여성이 당한 강압적인 성행위는 성폭력이 아니다. 구매자가 뼈라도 부러트리고 때려 멍이라도 들지 않는 다면 구매자도, 국가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페이강간’이라고 정의하는 이들은 돈을 지불했다는 것 외에 성매매가 성폭력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성매매와 성폭력은 ‘힘에 의한 성적 지배’라는 동일한 어법을 가지고 있다. 성매매에서는 돈, 성폭력에서는 완력이기도 한 힘은 결과적으로 여성을 굴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성매매 현장에 ‘여성’은 없다. 상품만이 존재하며, 그리하여 상품이 된 인간이 겪는 모든 폭력은 성폭력이 아닌 그 무엇이 된다.” (p.150) 


성매매는 여성이 아닌 상품을 사고 판다.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시장에 노동자는 없다.  



논의꼭지

1. 성매매 여성을 상품으로 보는 성구매자 남성이 합법화를 통해 성매매 여성을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2. 성매매 여성에게 성폭력과 성매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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