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는 정말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결정’하고 있는가?
AI가 디자인을 한다는 말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AI는 포스터를 만들고, 브랜드 로고를 뽑는다.
속도는 우리보다 빠르고, 결과물은 종종 더 감각적이다.
그 장면을 마주하고, 마음 한 켠이 조용히 흔들린 적이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나와 같은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디자이너일 것이다.
한때는 ‘잘 만든 결과물’이면 충분했다.
정제된 디자인, 정돈된 레이아웃, 감각적인 색과 폰트.
그 정도면 누가 봐도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작업은 AI가 몇 초 만에 해낸다.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이걸 굳이 사람이 해야 하나요?”
이 질문은 농담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계속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다면, 이 질문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그 질문을 흘려보내지 못했다. 대신 조용히 다시 물었다.
지금 우리는 정말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결정’하고 있는가?
툴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고, 디자이너의 생산성은 도구에 의해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역할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무너지는 자존심을 붙잡기 위함이 아니라,
이 시대에 디자이너로 존재하는 의미를 다시 찾고 싶어서...
디자인의 정의는 바뀌고 있다.
‘예쁘게 만드는 일’에서 ‘왜 이걸 만들고,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설명하는 일로.
감각보다 사고가 중요해졌고, 실행보다 기획이 앞서야 하며,
결국은 선택의 논리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남는다.
이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모두가 같은 툴을 쓸 수 있는 시대, 질문을 다르게 던질 줄 아는 사람이 차이를 만든다.
왜 이 기능을 택했는가. 왜 이 구조를 선택했는가. 왜 이 감정을 남기고 싶었는가.
우리가 붙잡아야 할 건, 툴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맥락’과 ‘결정의 흐름’이다.
이 글은 더 잘 만들고 싶은 사람보다, 더 명확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란다.
감각이 아닌 태도, 기술이 아닌 관점을 고민하는 당신과, 지금 이 시대의 디자인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