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은서란, 위즈덤하우스
9월 19일 금요일, 이날 저녁은 10명의 독서모임원 중에서 인천 서부교육청 주관으로 학부모 읽걷쓰 에세이 쓰기를 참가하신 세 명이 만나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에세이을 교환한 날이기도 하고, 바로 저녁 8시부터 9월 정기모임을 가지는 날이었습니다.
2년 반 가량 아파트 내에서 함께 읽고 쓰는 분들과 돌아가면서 모임을 진행하고, 질문지에 따라 한 명씩 돌아가며 답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달은 개개인이 고른 자유도서이지만 주제가 있었어요. '친구'라는 주제나 제목, 좀 더 넓은 카테고리로 '관계'에 관한 책도 가져와서 오랜만에 완전체가 모였지요. 모두 도착했을 때 사진부터 남길걸 그랬어요. 도중에 아이의 호출로 몇 분 먼저 가신 분이 계셔서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아쉬웠어요~
10명 정도 되면 장소를 구할 때 좀 더 심사숙고하게 되는데요~,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인 공방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10시에 퇴실 시간을 맞추려면 조금 일찍 만나거나 답변시간이 줄어들어야 하기에 이번엔 카페를 예약해서 모였습니다. 요즘은 카페도 불금에는 밤 12시나 새벽 1시까지, 심지어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남편과의 관계를 파헤쳐 보는 오랜 고전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도 보였고요~, 누구나 아는 제목인 <데일카네기 인간 관계론>도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인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Chat GPT에게 친구에 관련된 책 추천으로 물어보고 고른 책이라 하네요. <디어 마이 프렌즈>, <이 중 하나는 거짓말>, 친구끼리 편지를 주고받은 에세이인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가족관계에 얽힌 많은 삶의 형태를 느낄 수 있는 저의 애장책 인 <시선으로부터>를 아껴 읽다 가져오신 분도 계셨어요. <태도에 관해서> 책을 가져와서 관계는 화학작용이라며 강추한다고 하신 분도 있었고, <두 친구> 책도 있었습니다.
실은 저는 저번에 다른 독서모임에서 송년회 책 교환식으로 받은 <너무 좋은 친구들>을 주중에 열심히 읽었는데, 살인 사건을 다루는 미스터리 스릴러라서 몽글몽글한 주제 질문과 너무 안 맞는 정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감히! 이틀 전에 다시 고른 책은 은서란 작가의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였어요.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 친구를 입양했다는 말은 반려 동식물을 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성인이 성인을 입양해서 서로 돌봄 사회의 첫 발을 내디딘 계기와 이유를, 필력을 갖추어 담은 용기 있는 분의 이야기인데요.
책의 절반이 지나는 동안 그 입양했다는 친구 이야기가 안 나옵니다. 마치 영화 <킹콩> 3시간 러닝타임 중 1시간 30분 동안 킹콩이 안 나오는 것처럼요. 대신 이런 생각이 간절하게 들더라고요.
'아, 나도 시골 가서 살고 싶다.'
구체적인 시골 입성기 시행착오와 꿀팁이 담겨있었어요. 어려운 선택을 하기에 앞서서 많은 이유와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어요. 이 사회가 너무 일반적인 인식으로 은연중에 사람을 성급히 결론 내리고 삶의 방향성을 획일하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안 한 40대 여성/ 아토피/ 채식/ 많은 비주류의 조건으로 작가가 얘기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제 질문 3가지>
1. 나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2. 친구의 소중함을 느낄 때
3. 내가 친구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는가?
진행해 주시는 분이 뽑은 주제 질문 3가지를 굉장히 편안하고 쉬운 질문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고 답을 하려니 도무지 선뜻 써지지가 않더라고요. 학창 시절에는 친구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의미 부여해 왔는데 바쁜 생활에서 오랜 친구관계에 노력을 덜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 하고 반성의 시간도 가졌어요.
내가 과연 절친이라 표현하는 상징 같은 친구에 대해서 도대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생각해 주고 말 걸어주는 친구에게 어느 날 먼저 개인 톡 하나 보내는 것이 왜 그렇게도 어려울까.
결론지어 생각해 보니 저는 첫 관계에선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지속성에서 언제나 취약했고, 내 지금 당장 할 일에 치여서 관계에 신경을 거의 못쓰고 있었습니다.
관계에서도 강제로 묶이는 '환경의 강제 세팅'이 되지 않으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룹형 인간이라는 자각을 했어요.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언제나 절친이라 여기는 몇몇이 있었지만, 언제나 중창단 서클 활동에 출석하는 '임무'가 무엇보다 중요해서 친구들은 점심때나 방과 후에 나에게 좀 서운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어요. 지금도 독서모임에 열심인 이유가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공감대와 독서 루틴을 지키기 위한 약간의 규율에 진심인 편이었기 때문이었더라고요.
내가 이런 사람이니 고치지 않겠다는 마음 가짐은 계속 현상태만 지속하게 하는 길이니 소원해진 관계에 좀 더 노력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라는 이름을 붙이는 대상을 아주 높은 기준점을 대봐서 좁고 깊게 보시는 분들도 있었고, 지금 만나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깊이 있는 대화를 서로 나누면서 불금 저녁 8시부터 약 11시 정도까지 속 깊은 생각 나눔을 했답니다.
누가 작가와의 만남을 다녀오면 강의 내용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좋은 장소나 프로그램 소개를 하기도 하는 우리 책울림 모임에서 다음 달인 10월에는 무박 캠핑도 다녀오고, 11월에는 공통도서로 이야기 나누고, 12월엔 송년회도 준비 예정입니다. 매일 필사와 생각 쓴 노트 사진이 공유되고 있고요. 독서만큼이나 노는데도 진심인 분들이 모이니 못해본 경험을 많이 해보게 되네요.
동네에서 독서모임 참여 해보는 것은 책을 계속 읽게 되는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저희 모임에서도 모임 참석 전과 모임 참석 후 독서량이 엄청나게 차이 나신다는 증언 가득이랍니다~^^ 저도 이번 연도에는 9월 현재 52권을 부분필사하며 생각 쓰기를 하고 있네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죠~마음의 양식을 많이 쌓아서 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