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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쌤 Sep 01. 2023

코리안좀비를 돌아보며

그를 기억하고 지켜볼래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별명 때문이었다. ‘코리안좀비’ 누가 지은진 몰라도 참 마스크에 어울리는 별명이구나 생각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승전보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어 격알못인 나도 어느새 그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캐치한 알고리즘은 좀비트립으로 인도했다. 머리 식히는 맛으로 볼 때 딱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격투기를 그만한단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이 판에 들어왔는데 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패잔병이 씁쓸함을 씹으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처음엔 눈물이 안 난다며 마음을 구겨 넣어 감추는 듯 모습을 보였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동료들과 와이프를 껴안는 순간 어딘가 구멍이 뚫려 뜨거운 것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간의 시간이 어떤 형태와 감촉이 있는지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오랜 팬도 아닌데 몰입이 돼버렸다. 오래간만에 뜨거워진 심장과 여운이 가시지 않아 잠을 설쳤다. 땀냄새로 절은 글러브에게 절하는 모습이 어찌나 숭고해 보이던지. 마지막에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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