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일 중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가 답하는 질문은 샬롯메이슨의 살아있는 교육 1 '9세 이하 어린이들의 훈련과 교육 가정교육'의 질문을 바탕으로 부부간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작성되었다.
가정 교육을 진지하게 다루고자 하는 부모는 첫째로 교육 사상과 철학을 점검한다. 이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이 받은 교육의 영향 안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갖는게 여간 해서는 어렵다. 예를 들어서 아이에게 적당한 매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이 부모는 전통적인 교육 환경에서 자랐고 그것이 효과가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 하지만 적당한 매질이 아이의 온전한 인격을 존중하는 사상 안에서 가능한 것인지 자문해볼 수 있다. 더불어서 그것이 얼마나 아이의 교육에 효과적인지도 자문해보아야 한다. 아이가 좀 부족하거나 덜 발달했기 때문에 매질을 통해서 가르친다는 사상이 있을 수 있다. 말로 해서 되지 않기에 따끔한 매질이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온전한 인격의 교육적 사상은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에 있어서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교육 사상에 대한 점검은 자신이 아이에게 사용하는 교육 방법에 영향을 준다.
교육은 지식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걸 평가하는 교육 시스템이 우리사회에 이미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단계적으로 지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들이 그 '지식'을 먼저 알아야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래야 할까? 물론 이건 교육은 지식을 습득하는 거다라는 전제를 가질때에 참일 수 있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지식이 전부라면 가정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없다. 아이를 도서관에 매일 두게 되면 가장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교육은 지식 그 자체보다는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이해하는 역량을 가지는 것이며 자신이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선택을 내리고 사회에 유익이 되는 바른 판단을 하는 그런 역량을 키우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사회에서 잘 활동할 수 있는 '인간됨'의 교육을 하는데 그것은 가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서 배운다. 식사 예절, 어른 공경, 시간 사용, 정리 정돈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를 배운다. 뿐만 아니라 아이는 가정에서 가치를 배운다. 어떤 가치를 가정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떤 신념을 바탕으로 살아가는지와 같은 부분이다. 부모가 가진 가치와 신념이 아이에게 강요될 수는 없으나 크게 참고가 될 수 있겠다. 이렇게 부모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서 가정 안에서 그리고 가정 밖 사회와 자연 속에서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삶의 기본 태도와 관점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모가 배워야 하는 건 지식 그 자체라기 보다는 이런 양질의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대한 교육적 방법론이겠다.
이와 같은 노력은 가벼운 게 아니다. 책 한권 읽고 뚝딱 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구나 가정 교육을 할 것이며 아이 양육에 부담을 가지지 않을 거다. 하지만 부모마다 교육적 방법론을 가지는 '과정'에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에겐 시간과 노력이 부족하다. Trade-off. 즉, 한가지를 얻으면서 하나를 잃게 되는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 어쩌면 부모로서 하나를 희생하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때가 있기에 순간 순간 무언가 희생하고 선택해야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과연 이 사회를 위해 부모들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가장 큰 노력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느냐인 것 같다. 그냥 평범하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때가 되면 등하원을 하고 남는 시간에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밥을 먹는 등 일상을 보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그냥 물 흘러가 듯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가정교육에 대한 철학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그저 시간 떼우기 식으로 아이들을 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게 맡겨진 아이들을 잘 양육하지 못하는 정교한 방임이니까.
따라서 우리 가정에 세워질 가정교육의 철학에 대한 배움에 가장 큰 노력이 들어가는 요즘이다. 그저 몇 페이지에 불과한 시작이지만, 아이들은 어떤 존재이며 보편적인 양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반대로 어떻게 양육하는 것이 옳은지, 함께 하는 시간동안 얼마나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인지 등에 대한 값진 고민들을 하면서 기존 관습에 매여 있던 가치철학을 날려버리는 고된 작업을 하고 있다.
책을 읽자마자 정규교육에 아이들을 맡기는 대신에 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먼저 우리 스스로 배우는 과정과 바뀌는 노력과 아이들을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기를 것인가에 대한 결단과 노력 없이 아이들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남편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조급한 마음에 알맹이가 없는 양육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교육철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고 내 행동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것이 삶이 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샬롯 메이슨의 가정교육과 홈스쿨링을 실천했던 우리부부의 멘토들이 가까이에 있고 그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또한 대학 선배 부부의 교육철학과 홈스쿨링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다.
앞으로 더 많은 질문과 답을 하면서 고정관념을 깨는 인고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교육철학과 실제 양육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가슴이 답답할 날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철학과 양육의 일치가 언젠가는 이뤄지도록 열심히 달려야 겠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사랑의 무게만큼 양육에도 응당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