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과 방법론의 서로 대립되는 특성을 지적하여라.
우리가 답하는 질문은 샬롯메이슨의 살아있는 교육 1 '9세 이하 어린이들의 훈련과 교육 가정교육'의 질문을 바탕으로 부부간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작성되었다.
언제부터 교육이 시스템적이었던가? 앞서 보았듯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도 공화국의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공교육 시스템을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면 교육 시스템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시스템은 그 시스템을 창안한 사람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고대 철학자들도 그들의 철학과 사상을 반영하는 '교육 시스템'을 주장하였음을 보라. 따라서 소중한 아이를 교육 시스템을 맡기기 이전에 우리 아이가 속하게 될 교육시스템이 어떤 세계관과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지 한번 쯤을 살펴보아야 한다. 무조건 배척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가정에서 아이들을 잘 대하는 방법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스템의 특성은 무엇인가? 위키피디아는 system을 "성분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면서 일정한 규칙과 원리에 따라 하나로서의 전체"라고 표현한다. 시스템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바운더리가 주어진다. 또한 목적성을 가지는 게 큰 특징이다. 즉,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나 조물주의 목적이 들어가서 시스템이 그 방향대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두개의 목적을 가지면 두개의 시스템으로 이해해야지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시스템의 정의에 따라서 교육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교육 시스템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원리와 규칙에 따라서 그 구성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하나된 그룹"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교육 시스템은 목적을 가진다. 또한 교육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각 학년에 따라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과목이나 다양한 활동들이 되겠다. 원리와 규칙은 학교의 평가 원리 혹은 교수법과 같은 것들이 해당이 된다. 그래서 좀더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면, 회계사가 되는 교육 시스템은 특정 점수를 취득하면 회계사가 되는 자격을 부여한다. 외국어 시험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다방면의 역량을 평가하고 키우기 위해 시스템적 접근을 활용한다.
이쯤에서 시스템과 반대되는 개념인 방법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Method는 지식이나 목적을 이루는 단계별 노력 혹은 행동을 의미한다. Method에서 방향성 혹은 목적이 주어진 점은 system과 유사하다. 하지만 system보다는 결과에 대해서 예측이 불가능하며 딱 떨어지지 않는다. 시스템은 좀 더 일방적이고 체계적이라 예외를 두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정해진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나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Method는 열려 있고 다양하고 창의적일 수 있다. 목적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교육 시스템이 더 친숙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스템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정확성과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 안에 들어가면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들어가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유혹이 강하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사교육에 많은 지출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교육 시스템을 믿지 못하니 사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교육 방법론은 뭔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느낌이다. 교육 방법이 훌륭하더라도 아이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부모들은 시스템 속에 아이를 집어 넣어야 안도감을 느낀다. 아이를 아이답게 대하는 교육 방법론은 부모가 더 많은 노력을 하도록 한다. 지식을 습득하고 관찰하고 시간을 들여서 아이와 함께 있게 한다. 그리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하도록 한다. 방법에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인간이 기계나 로봇이 아닌 이상 인간의 발달을 위해서는 한정된 시스템 보다는 창의적인 방법론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미 시스템이 실패하고 있다는 너무 많은 증거들이 있지 않은가?
교육방법론은 목적지에 이르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목적지를 향해 놓여진 길 그리고 그 길을 조금씩 걸어가는 과정 이 두가지의 의미를 포함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가 교육방법론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현재 다니는 어린이집/유치원의 교육과정에 대해 또는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방법이 현재 가고 있는 길과 맞는지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좋은 시작이기 때문이다.
교육방법론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샬롯메이슨 교육을 보면 아이와 자연은 함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발생적인 교육방법론은 샬롯메이슨 교육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지만 전부는 아니다. 자연발생적인 교육방법론의 대표적인 예로 프뢰벨의 킨더가르텐 방법론(Kindergarten Method)인데 이 것은 현재 어린이집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다. 킨더가르텐을 운영했던 프뢰벨의 교육사상을 보면 '어린이들이 숫자나 글자가 아닌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라'는 교육사상에 따라서 유치원을 운영했고 그 것이 현재 독일의 숲유치원 처럼 자연에서 흙, 나무 등과 놀며 지내는 자연 숲 유치원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것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오면서 어린이집이라는 고착된 시스템을 만들었고 킨더가르텐의 방법론과는 다른 획일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교육방법론이 시스템으로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체계화될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아이들 개개인에 맞는 교육보다는 연령에 따라 소속이 결정되고 정형화된 틀 속에서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내 아이를 위해 달라는 욕심은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내게 내재된 교육방법론과 시스템에 놓여 있는 아이들 사이의 괴리감에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를 제기한 몇몇 자유주의적 교육가들이 현재 숲유치원처럼 아이들의 개개인의 맞는 맞춤식 교육을 지향하며 하는 곳도 더러 있다.
아이들의 맞는 교육방법론을 제공해줄 최적의 곳은 가정이다. 교육방법론을 제대로 인지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배워나간다. 당연한 말이고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서 좋다. 하지만 그것을 감당할 책임감과 인내의 무게를 지는 것이 버거워 시스템에 아이를 맡기며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마음으로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나도 유익하고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길을 선택하기 위한 결단을 내릴 때가 다가오고 있다. 마음만 앞서 아이들에게 바르지 않은 교육을 제공하지 않도록 기본적인 교육철학과 방법론 정도는 정립한 후에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을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