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외출을 잘 하지 않지만 오늘은 아이와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림책테라피 선생님의 후배가 찍은 영화인데 동호회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해서 안양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극장을 대관했다고 하셨다. 시험을 앞둔 아이를 데리고 가야할까 하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아이가 내일 수능이라 학교에 안간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영화의 내용은 꿈틀리인생학교라는 중고등학생 대상 대안학교에 관한 이야기였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던 아이가 어느날부터 더이상 공부를 하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온다고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였다. 일시적인 일이려니 했던 부모님은 오랜기간 병원에서 상담을 하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꿈틀리인생학교라는 1년 과정의 대안학교를 찾게 된다. 이 학교의 설립자는 나이 50이 되면서 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덴마크 같은 나라는 왜 행복지수가 1등인지 궁금해 25번정도 덴마크를 다녀오면서 그곳 교육에서 답을 찾았다고 했다. 덴마크는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애프터스콜레라는 제도를 실시하는데 교육 과정 사이에 1년 정도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해볼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다양한 교육기관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려고 만든 꿈틀리학교. 사실 학교만 다른 곳에 다닌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예정된 실패자들을 양성하는 교육제도. 몇몇 뛰어난 아이들 외에는 낙오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보고 설립자는 이런 상태로는 이 나라의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학원가로 유명한 평촌에 아이를 보내면서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고 있다. 대치동을 닮은 이곳 학원가는 꽤 유명한 편이다. 대치동 분점이 많고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환경 때문에 이사를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내가 이사를 하자 평촌 학원가 때문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이는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편이라 집 주변 학원을 다니다 학원가로 옮겼더니 점수가 30점이나 높아져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러니 엄마들이 학원가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엄청난 양의 숙제와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있어야 하는 것 때문에 늘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갈등이 되고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아이들을 사육하고 있고 행복이 지금에 있지 않고 미래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가 어릴 적부터 이 세상이 살기에 재밌는 곳이라고 아이가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만 있었는데 지금은 그걸 나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아이와 갈등하던 부모가 편지를 읽으며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자 아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내내 눈물만 흘린다. 나도 참지 못하고 눈물이 터졌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어떻게 해야 아이가 행복한지는 찾아내지 못한 것 같다. 시험을 못봐도 괜찮다는 말, 잘하는 게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아이는 듣고 싶은게 아닐까. 진심으로 말이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 중에 괜찮다는 말의 위력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다만 그것은 진심이어야 한다. 아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너무 버거울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나도 지금 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말을 들으니 이재명 대표도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한다. 아이는 그런 사람들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바뀔 수 있으니까. 가끔 나보다 한차원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은 아이를 본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수능전날) 이런 영화를 보게 된 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외출은 성공적.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