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개방이 내일까지라고 해서 만사 제쳐두고 다녀왔다. 올해는 못 보려나 했는데 시간이 났다. 잘 꾸며졌다기보다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관악수목원. 처음 문우들과 이곳을 방문하고나서 꼭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다. 코스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런데 나무들이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춰 심은 듯 노랗고 붉은 잎사귀가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져 있다. 도착을 하니 비가 내려 난감했다. 마침 차에 우산이 있어 우산을 들고 수목원으로 향했다. 비오는 숲은 무엇보다 그 향기가 매혹적이다. 갈색으로 변한 솔잎에서는 인센스 스틱처럼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집 안에서 그런 향기가 나면 내내 명상하는 기분이 들 것만 같다. 비와 함께 떨어지는 나뭇잎은 낭만 그 자체이다. 어디선가 회오리 바람 소리가 난다. 둘러보지만 어딘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가지에서 나뭇잎들이 계속 떨어져 내렸다. 붉은 단풍과 노란 낙엽은 왜 그렇게 아름다운지. 온통 초록의 세상이었던 그곳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듯 화려한 빛을 뽐낸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그 색 때문에 다음 해애도 오고 싶어지나보다. 나는 자꾸 발 아래가 궁금했다. 양탄자처럼 알록달록하게 펼쳐진 내 발밑은 레드카펫보다 더 화려했다. 비 오는 날 숲에 오는 건 오랜만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비가 온다고 해서 발길을 돌리지 않고 우산을 쓰고 걸었다. 올 한해 빛나던 나뭇잎들의 마지막 환송회를 보러. 내년에 새롭게 태어날 것을 알기에 슬퍼하지 않으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이별이 이렇게 슬프지 않을 수 있다니. 자연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