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과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고 빨래를 하고 산책을 하고 요리를 하고 정수기를 바꾸고 아무것도 한게 없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많은 것을 한 것 같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텃밭을 가꾸는 틱낫한 스님에게 어떤 이가 이 일을 할 시간에 책을 더 쓰는게 낫지 않냐고 물었다. 스님은 이 일을 하지 않고서 나는 책을 쓸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집안일을 하다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책상 위를 정리하는 일, 밀린 빨래를 하는 일,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는 일은 내 마음에 평안을 준다. 그걸 하지 않았을 때의 나와 할 때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내 인생에 쓸모없을 것 같은 일이지만 사실은 내 삶을 지탱해주는 일임을 알게 된다. 그 모든 걸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건 분명 마음의 문제가 있을때이다. 나는 이 나이가 되면 날 힘들게 했던 모든 일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냥 기억에서 없어지는 건 없나보다. 아마도 내가 노력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과거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왜 나는 그 일들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걸까. 어리석다는 생각마저 든다. 좀 더 내가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꿈꾸고 실천해봐야겠다. 새로운 날이 나에게 주어졌는데 그걸 이렇게 써버린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일상에서 얻어가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춥지만 움츠러들지 않고 나의 길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