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cca 4시간전

나무처럼

기분 전환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 건 '귤'. 난 어릴때부터 귤을 꽤나 좋아했다. 집에 박스로 사다놓으면 내가 거의다 먹어치웠다. 식욕이 많지 않았던 내가 그렇게 먹어댄걸보면 정말 좋아했나보다. 지금도 겨율엔 의례히 저녁마다 귤을 까먹어고야 만다. 그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행복감을 전해준다. 겨울에 먹을 과일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물론 한라봉도 맛있고 천혜향도 맛있다. 까먹는 재미는 귤이 최고다. 이번 여름 내내 레몬에이드를 하루 한잔 이상 먹었더니 허리가 줄었다. 알고보니 레몬수가 뱃살을 뺀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내가 먹는 건 레몬청에 탄산수를 넣은 것인데 아마 설탕 없이 먹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빠졌을 것이다. 그래도 그 달콤함을 놓칠 수 없어 레몬청은 늘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제주도에 갔을 때 귤따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초록나무에 주황색 열매들이 아롱아롱 달려 있는게 너무 귀엽고 탐스러웠다. 나는 과실 나무에 대한 애착이 있다. 전에 산림청에서 3-4월이 되면 묘목을 나눠주었는데 과실나무가 많았다. 매실나무, 산딸나무,산수유나무,대추나무,살구나무 등 베란다에 심어놓긴했는데 겨울이 되자 모두 얼어죽었다. 내가 나무를 잘 돌보지 못한 탓이다. 그해 겨울이 유난히 춥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생명력이 있는 것은 대추나무였다. 오래도록 살아남았지만 결국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그조차 죽어버렸다. 

이사를 와서도 레몬나무나 커피나무를 키운 적이 있는데 그또한 잘 되지 않았다. 커피나무는 자꾸 잎사귀가 검게 변했고 레몬나무는 레몬이 열렸다가 알이 굻어지기도 전에 똑 떨어지고 말아서 아이를 슬프게 했다. 나무를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마도 조경사 등 전문적인 사람들의 영역이어서 그런가보다. 언젠가는 과실나무를 키워서 열매를 맛볼 거라는 꿈을 꿔본다. 텃밭을 경험하고 나니 내가 키운 작물들이 열매를 맺어 수확하는 기쁨이 커서 농사를 짓는 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물만 주었을 뿐인데 바람에 흔들리고 폭우가 내려도 열매를 맺는 텃밭 작물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누군가 말했다. 나무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ㅋ 나는 언제 나무처럼 될까. ㅋ 

작가의 이전글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