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꾼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더 고칠 게 없는 완성작은 아니다. 퇴고는 하지 못한 초고다. 그래도 개인적인 바람은 당선이다. 당선되어 출판사와 함께 나의 첫 책을 만들고 싶다. Plan A다. Plan B는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내 책 출판에 관심 있는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오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있다고. 당선작은 못 되었는데 출판사로부터 개별적으로 컨택이 오는. 어차피 목표는 출판이니. Plan C는 둘 다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부크크에서 POD 출판하는 것이다. 세상만사 내가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나 나의 계획에는 없던 방법으로 내 뜻이 이루어지는 경우의 수도 있는 법이다.
학교에서 일기도 쓰고 작문도 하고 백일장도 나갔지만 그 모든 것은 과제였으니 진정 글쓰기는 아니었다. 나의 첫 글쓰기는 짝사랑으로 끝난 소녀에게 다수의 보낸 소수의 보내지 못한 편지였다.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린 그해 여름 나의 첫 시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시인 <나의 마음에 어느 고을엔>을 썼다. 짝사랑이었던 첫사랑의 환상이 나의 마음을 떠나고, 역시 짝사랑이었던 두 번째 짝사랑이 나의 마음에 진행 중일 때, 세 번째 짝사랑이 찾아왔으니 배우 한효주였다. 여신을 만나 스타벅스 가고 CGV 가고 정동진 해돋이 열차를 타기 위한 나의 길은 작가가 되는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 내가 처음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였다. 조울증으로 방황하다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9년째 학교 다닐 때 영어교육과 전공이 아닌 국어국문학과 문학 강의를 들었다. 시창작은 A+, 소설창작은 A0를 받았다. 창작 강의 학점과 창작 실력은 상관없으나, 어차피 영어교육과 전공을 살리지 못했고, 영어교육과보다 국어국문학과가 입시에서 쉬웠으니, 국어국문학과에 갔었더라면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명문대는 못 갔더라도 강원도 춘천으로 유학 내지 유배 안 가고 인서울 끄트머리 대학은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지금쯤 논술강사를 하거나 출판사에서 일하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작가의 꿈의 시작은 2015년 봄이다. 조울증으로 망한 인생 에세이로 써서 작가로 흥하고 싶었다. 그때 내가 첫 책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 에세이 <다함스토리>다.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어떤 경로로든 책으로 밀어내고, 다음 책을 밀 타이밍이다. 이미 오래 쓰고 있는 몇 가지 주제의 글이 있다.
지금은 쿠팡 물류센터에 다니며 브런치에 글을 쓴다. 올해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작가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