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평일의 휴무일이었다. 2025년을 시작하며 쿠팡 물류센터에 일용직 단기사원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스무 살에 시작된 조울증으로 사회생활에 실패했다. 오랜 방황 끝에 조울증을 극복했지만, 어렵게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은 계속 되지 못했다. 내가 못 버티고 나왔는데, 커리어 없는 중년 남성에게 다른 길은 열리지 않았다. 이력서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쿠팡 물류센터였다. 4월부터는 계약직이 되었다. 일을 잘해 승진한 것은 아니고, 매일 같이 출근하다 보니 계약직이 월 실수령액에서 유리해서 계약직을 신청했다. 쿠팡 물류센터는 365일 밤낮으로 돌아가서, 주말에 일하는 날도 있고, 주중에 노는 날도 있다.
평일의 휴무일에는 내가 요한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걸어서 10분 거리라 때론 걸어서 때론 차를 태워 요한이를 등원시킨다. 요한이 데려다주고 병원 가려고 차를 탔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카오디오로 요한이가 요즘 좋아하는 케데헌 골든을 틀어주었다. 요한이는 케데헌의 주인공 걸그룹 헌트릭스를 초록파라고 부른다. 추측하기로는 요한이가 좋아하는 웅진 스마트올 키즈의 캐릭터 사파가 다정파, 분석파, 인상파, 기분파인데. 골든 동영상 속 헌트릭스의 톤이 요한이 눈에는 어두운 초록색이어서 초록파라고 부르는 것 같다. 골든 노래 제목도 골든 대신 소더팝이라고 부르는데. 케데헌의 보이그룹 사자보이스의 노래가 소다팝인데. 요한이에게 사자보이스의 소다팝도 소더팝이고, 헌트릭스의 골든도 소더팝이다. SODA POP이어서 소다팝이라 쓰는데. 요한이에게는 소더팝이라고 들리나 보다. 어린이집 상담을 갔는데. 요한이가 영어를 잘한다고. 특히 영어 선생님 발음을 똑같이 따라 한다고. 요한이에게는 영어 사운드가 미국식으로 들리나 보다는 게, 아빠 생각이다.
요한이를 데려다주고 병원에 갔다. 2주에 한 번 약 타러 정신과에 간다. 내가 조울증을 극복했다는 것은 단약하고 완치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매일 밤 몇 알의 약을 먹으며 기분조절하며 별일 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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