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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Oct 06. 2024

런던 파티월 London Party Wall Act

당연하지만 이상한 런던의 건축법규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건 사실 작년 이맘때였다. '작가신청' 버튼을 앞두고 정신없는 1년제 코스를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졸업가운입고 졸업 당해버렸다(?). 능력 부족으로 학교 생활 밖에 못한 탓에 어쨋든 난 지금 나이 많고 아이도 있는 구직자 신분, 즉 백수이다. 살인적인 렌트비와 생활비를 지출하며 살고 있지만 한국이랑 다른 영국만의 특이한 점들을 기록하고 공부하며 영국을 더 즐기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쓰고 싶언던 컨텐츠는 런던 어디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Party Wall Act 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학교 근처에 정말 운 좋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켄싱턴에 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 플랫은 18세기에 지어진 조지안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조지아 주택양식은 일반적으로 대칭적인 정면을 가지며, 흰색 문과 업다운 슬라이딩 창문이 있는 2-3층짜리 건물이다.


Georgian Style Housing


Party Wall Act(1996)
2023년 10월 17일


처음 이 '당연하고도 이상한' 부분을 목격한 건 런던에서 내가 처음 구해서 살던 플랫 입구 기둥이 이렇게 생겨서였다. 뭔가 살짝 불편하지 않은가? 사진 중심선을 기준으로 왼쪽이 내가 살던 플랫이었고 오른쪽은 이웃집이었다. 이 기둥을 보면 마치 아수라백작 얼굴같다. 누가 봐도 오른쪽 집 주인보다 왼쪽 집의 주인이 이 집에 대해 더 관심있어보인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집을 드나들 때마다 보면서 도대체 저 기둥은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나 궁금해졌다.

What the hell is this?

이 사진을 영국인 튜터들에게 보여주니 살짝 당황해하면서도 웃긴지 이런건 자기들도 처음 본다며, 재밌어했다. What the hell is this? 라며 Party Wall Act는 알고는 있었지만 기둥이 이런건 처음본다며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왼)2023년 11월 10일 / (오)2024년 8월 16일


Party Wall Act 라는 1996년에 신설된 법규로 건물에 대한 주인의 고유 권한이자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를 나누어 놓은 것이었다. 이 법령은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방에 한해 시행되었는데, 벽과 구조물, 경계 벽 및 인근 건물 근처의 굴착과 관련된 분쟁을 예방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되었다. 이런 부분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 한 지붕 아래 살지만 엄격하게 분리되어 관리하는 모습으로 하여금 한치도 손해보는 짓은 안하는 영국인의 철저한 개인주의 역시 엿볼 수 있었다.


상호 원만한 합의 바랍니다?

기둥이 이렇게 관리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나니 런던 풍경이 더욱 흥미로웠다. 하나의 기둥, 벽면, 장식인데 반으로 무 자르듯이 잘린 모습을 보면 굳이 이래야 하나 싶기도 했다. 깨끗하게 관리하는 집 주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렇게 지저분하게 벗겨지고 있는 기둥을 고집스럽게 지켜내고(?)있는 옆집 주인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더 재밌는건 어느 순간 역전된 포인트가 있었는데, 옆집에서 펜스 부분을 깨끗하게 칠하는 바람에 옆집이 더 깨끗해진 날도 있었다. 이렇게 서로 엎치락 뒷치락하면서 이웃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영국인들이 참 재밌다. 내가 마지막으로 목격한 건 이 상태였는데, 뭐랄까, 점점 더 워스트로 치닫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도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에게나 낯설게 다가오는 부분이 아닐까..

2024.8.16. W8 6TH, London




영국에서 유학 중에 만난 다른 유럽피안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쓰는 색상이나 구도감각이 달랐고 내가 도저히 흉내내지 못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그 친구들은 나지막한 주택이 평지에 넓게 펼쳐져있고 개인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외부에 표출된 거리를 보고 자랐고, 나는 평생을 풍경을 다 가리는 산채만큼 높고 YG 계열 색상의 페인트로 마감된 아파트 경관을 보고 자랐는데 말이다. 이런 환경을 탓할 권리도 없다.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들을 살게 하려면 아파트가 최선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도 더 나은 도시 경관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애쓰고 있다. 도시 경관 연출을 위해 아파트 외관 환경색채계획을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심의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것도 안다. 나도 대학원생때 환경색채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있는데 주변 환경이 이미 아파트로 둘러싸여있고, 남은 자연이라고는 잿빛 하늘과 약간의 풀색 정도인데 환경색을 추출해서 주조색, 보조색, 강조색을 지정하는 것도 억지스러웠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으로서 몇년 마다 한번씩 행사처럼 치르는 도장색채계획 투표도 참여한 적이 몇번 있는데, 다 비슷비슷한 디자인 중에서 고르기가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었다.


  아파트에 개인의 개성을 담은 외관 색채디자인을 잠시 상상해봤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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